'김치 코인' 샀다 평생 모은 돈 가루가…원인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2년 전
'김치 코인' 샀다 평생 모은 돈 가루가…원인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시작합니다! 이번 주 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루나·테라의 폭락 사태는 가상화폐 시장의 '리먼 사태'라고 불릴 만큼 파장이 큽니다.

이들 자매 코인이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을까요. 투자자들의 피해 호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진형 기자의 보도입니다.

['김치코인' 어쩌다 이 지경…글로벌 가상화폐 거품 꺼지나 / 박진형 기자]

국산 가상화폐 루나·테라의 폭락 사태가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등에서 일한 엔지니어인 권도형 최고경영자와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씨가 2018년에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입니다.

회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기업이 발행한 코인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김치 코인'으로 분류됐습니다.

테라는 가격이 1달러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며, 루나는 테라 가치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자매 코인입니다.

테라는 일반 가상화폐보다 가치가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급성장했습니다.

폭락 사태가 펼쳐지기 직전, 테라 시가총액은 무려 186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루나와 합치면 약 406억 달러, 약 51조7천억원 규모의 거대한 '생태계'가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일 세계적인 투매 행진이 시작되면서 테라 생태계는 파괴됐습니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입니다.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루나 공급량을 늘리고, 1달러보다 높아지면 루나 공급량을 줄이는 식으로 테라 가치가 유지돼야 하는데, 테라 '1달러' 믿음이 깨지자, 자매 코인인 루나가 급락하고 이에 테라 가치가 또 추락하는 악순환인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에 빠진 것입니다.

결국 두 코인 모두 99.99% 이상 폭락하며 사실상 휴짓조각이 됐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으로 불리는 테라는 미국 달러를 모방하려 했지만 화려하게 실패했습니다. 비트코인을 통해 가치를 뒷받침하려 했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해지고,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가치를 잃게 됐습니다."

이번 사태가 '가상화폐 시장의 리먼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도 타격을 입었고, 전체 가상화폐 시총도 2천억 달러 가량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일시적인 가격 하락이 아니라, 여러 비트코인 고래와 글로벌 기업들을 정말로 견제하고 있어 회복되지 못하는 가치 하락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공감대도 전 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자산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20% 수익을 약속하는 것은 피라미드 사기"라고 지적했습니다.

미 행정부와 의회 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상화폐는 현재 생존 가능성을 시험 중이라는게 시장의 평가입니다.

연합뉴스TV 박진형입니다.

[이광빈 기자]

피해자가 속출하자 국내 거래소는 루나와 테라를 상장폐지했습니다.

금융당국도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현행법상 가상화폐를 규제하거나 감독할 근거가 없어 모니터링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이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루나 사태' 터졌지만 권한없는 당국…입법논의 시작 / 이은정 기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 현황 전광판입니다.

코인 거래 목록에서 '한국산 코인' 루나와 테라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99% 폭락 사태로 휴짓조각이 돼버린 루나와 테라를 거래소들이 상장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거래소 중에서는 고팍스가 지난 16일 가장 먼저 루나와 테라를 시장에서 퇴출시켰고, 업비트는 20일, 빗썸은 27일부터 거래지원을 종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개미 투자자들의 타격이 컸다고 분석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많은 시장이다 보니 서민들의 피, 땀, 눈물을 빼먹는 시장인 거예요. 중산층이 무너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거기서 더 위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분석 결과,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상화폐 이용자의 절반 이상인 56%가 100만원 이하를 보유한 소액 투자자였습니다.

루나 사태 여파는 게임업계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최근 게임 회사들이 자체 가상화폐 발행에 나섰는데, 루나와 테라 같은 '스테이블 코인' 방식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자 여론 진화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내부 통제에 있어서 다른 어떤 코인 프로젝트들과는 차별점이 있었다."

50조원이 증발하고 국내만 28만명 넘는 피해자가 나왔지만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현행법상 거래소의 자금 세탁만 감시할 수 있을뿐, 직접 테라의 운영을 감독하거나 제재할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부랴부랴 루나 사태와 관련 현황 파악에 나섰지만, 금융 시장으로의 리스크 전이를 점검하거나 일부 업체들을 현장 점검하는 수준입니다.

거래소 역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내부적으로 철저한 상장 심사를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는 거리를 뒀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고 생각하여서…"

여론에 불이 붙자 국회에 잠들어있던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에도 속도가 나는 모습입니다.

"기본법은 바로 진흥과 규율을 동시에 담는 그릇이라고 볼 수 있고….

코인으로 코인의 가치를 방어하겠다는 식의 스테이블 코인은 각별하게 규제하고 질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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