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주문을 사람이 안 받으니'…노령층의 '당혹' 시대

  • 4개월 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주문을 사람이 안 받으니'…노령층의 '당혹' 시대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버튼 몇 번이면 매장 직원 없이도 주문이 가능한 키오스크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디지털 디바이스 이용이 확대되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타난 현상인데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비대면 서비스로도 유용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디지털 기기는 낯선 고령층에게는 편리한 도구가 아닌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대면 서비스가 계속 디지털화되면서 노령층의 불편함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데요. 그 현상과 대책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김예린 기자가 어르신들을 모시고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습니다.

["혼자서는 쉽지 않네"…키오스크가 겁나는 어르신들 / 김예린 기자]

[기자]

무인주문기 앞에 선 두 어르신이 서투른 손짓으로 화면을 짚어봅니다.

"이것도 +를 눌러야 돼요?"

갈 곳을 잃은 손은 화면 위를 떠돌고. 주문해야 할 음료는 어딨는 건지 복잡하기만 합니다.

"(콜라 두 캔이 여기서… 없네?) 이런 걸 헤매더라고."

이것저것 누르다보니 음료는 어느새 세 캔으로 늘어났습니다.

커피를 주문하는 데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화면 속 작은 글자를 읽어내려면 눈을 크게 뜨고 한참을 주시해야 합니다.

"없는데 이걸로 시키면 되나? (이건 아이스인데?) 없는데 어떻게 해야 되지 이럴 때는?"

카드를 반대로 넣기도 하고, 제한 시간을 넘기자 결제까지 막힙니다.

가게마다 작동 방식이 다르고, 디지털 화면이 익숙지 않다보니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식사 한 끼 주문하기도 막막합니다.

"혼자 가서 하면 안 돼서.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직원이 와서 도와주지 않더라고요. 다 끝날 때까지 한 20~30분 정도 기다려서…"

낯선 기계 앞에서 고민이 길어질 때면 혹여나 민폐를 끼칠까 위축됩니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늦으면 괜히 또 부담감이 있잖아요…"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55세 이상 고령층은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용률은 낮아지는데요.

75세 이상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률은 13.8%에 그칩니다.

어디서나 키오스크를 마주치는 세상에서 다른 서비스의 장벽까지 높아질까 걱정입니다.

"공항이나 터미널이나 그런 데 가서 할 때는 차이가 좀 있죠. 기계가 다르니까 새로워 보이잖아요."

'무력감'마저 느끼는 어르신들에게는 1대1 맞춤형으로 다가가는 보다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직접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다면 가구를 방문해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법에 대해서…"

처음부터 어르신들의 편의를 반영한 '쉽게 쓰는' 키오스크도 필요합니다.

"활자라든지 반응 속도라든지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개발하고 보다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기술의 발전이 또 다른 누군가의 소외를 낳는 만큼 디지털 약자들의 시선을 충분히 살펴야 할 시점입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린입니다.

#키오스크 #디지털_소외 #노인

[이광빈 기자]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에선 경로당 맞춤 프로그램 등을 통해 비대면 주문이나 예약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강좌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감까지 생겼다고 하는데요. 디지털 교육 현장을 한웅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비대면 주문·예약 척척…어르신 디지털 교육 현장 / 한웅희 기자]

[기자]

경기도 시흥의 한 노인복지센터.

디지털 교육을 받기 위해 어르신들이 모였습니다.

각종 키오스크 사용법과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예약법 등을 알려주는 디지털 교육은 센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업 중 하나입니다.

강사의 시범을 본 뒤 모의 키오스크로 따라해 봅니다.

"여기 터치 먼저 한 번 해주세요. (이거 터치?) 네. 터치해 주세요. 꾹 눌러 주시고 (꾹 누르고) 꾹 안 누르면 이렇게 안 나와요. 한 번 더. (네 눌렀어요.) 그렇죠. 하니깐 이렇게 움직이죠. 네 됐어요 이제."

모른다는 부끄러움도 잠시, 배우고자 하는 열정에 어르신들의 눈빛이 반짝입니다.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계산하는 데 빠르고 좋았다는 감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잘할 수 있어요."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스마트폰 택시 예약 앱과 지하철 앱 사용법 교육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2시간 가량의 수업을 마친 어르신들은 디지털 교육이 일상생활에서의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혹시 전에 누가 알려주는 사람 있었어요?) 없었어요. 혼자 사니까 없었어요. 젊은 사람들처럼 이거 배워서 익숙해지면 (앱으로) 부를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 식당과 병원, 은행 등 키오스크와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 장소가 늘면서 어르신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이 필요한 분야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격차가 크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더 교육해 달라고 계속 말씀하세요. 그러면 저희들도 새로 나오는 거나 어르신들한테 꼭 필요한 앱을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교육은 주로 노인복지센터와 경로당, 복지관 등을 통해 무료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교육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자체에서) 예산을 집행할 때는 효과와 효율성을 많이 따져요. 그렇지만 저희는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을 어르신들한테 해드리게 함으로써 앞으로의 보이지 않는 효과와 효율성을 기대하고."

어르신들에게 이제는 필수 과목이 돼 버린 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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