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온난화 덕 보는 ‘모기’…페루에선 장관도 잡았다

  • 10개월 전


[앵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 모기가 전세계적으로 기승입니다.

특히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때문에 이 모기들은 더 빨리 성장하고, 더 오래 살게됐습니다.

그래서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 전파 위험도 덩달아 커졌습니다. 

중남미 국가 페루에선 이 모기 때문에 장관이 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세계를보다, 정다은 기자입니다.

[기자]
침상마다 모기장이 설치된 병원. 

모기가 퍼트리는 뎅기열 바이러스 때문에 남미 페루의 병원이 설치한 겁니다. 

[크리스토발 티마나 / 페루 주민]
"이 동네 사람 중 약 70%가 뎅기열에 걸렸습니다."

페루에선 올해 들어 15만 명에 육박하는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250명 가까이 숨졌습니다. 

뎅기열 확산세 초반에 2주 정도 지나면 억제될 것이라며 안일한 자세를 보였던 보건장관은 책임을 지고 사임했습니다.

페루 전역에는 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모기의 습격은 미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표적인 모기 매개 감염병인 말라리아 국내 감염 환자가 다시 등장한 겁니다. 

2003년 발생한 감염 환자 이후 처음으로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에서 확인돼 비상이 걸렸습니다.

[데브라 하우리 /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부국장]
"말라리아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입니다. 20년 넘게 국내 감염 사례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모기 번식을 차단하기 위해 박테리아를 뿌려 유충을 박멸하는 드론까지 투입됐습니다. 

[코트니 커서 / 모기 연구원]
"최근 들어 우리가 설치한 모기장에 하룻밤 사이 수천 마리가 잡힙니다."

곳곳에서 모기를 매개로 한 질병 감염이 급증하는 이유로 기후 변화가 꼽힙니다.

말라리아와 뎅기열은 4년 만에 예고된 엘니뇨로 창궐이 우려되는 열대성 전염병입니다.

[거브러여수스 /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기후 변화가 모기 번식과 (모기를 매개로 한) 질병의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모기는 더 빨리 성장합니다. 

국내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기온 18도의 환경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25일 걸리지만, 모기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인 26도에선11.5일로 줄어듭니다.

성장 속도가 2배 넘게 빨라지는 겁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모기 개체수가 급증하고 그로 인해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도 창궐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유입된 뎅기열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올해도 벌써 58명이 걸렸습니다.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과거엔 없던 질병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동규 /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
"2050년대가 되면 우리나라 가장 추운 1월달 기온이 평균 10도 이상 될 걸로 보고 있거든요. 뎅기열이 문제가 될 수 있죠. 왜냐하면 흰줄 숲모기(뎅기열 매개 모기)가 성충으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올 상반기 말라리아 환자는 1년 새 2배 이상 늘어 경기 김포·파주에 이어 고양시까지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기후변화가 생태계 변화에 이어 우리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세계를보다 정다은입니다.

영상편집 : 차태윤


정다은 기자 dec@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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