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바다로 간 마스크 15억 개…플라스틱 팬데믹
  • 3년 전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전 지구가 일회용품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마스크가 아름다움 섬나라도 뒤덮었습니다.

어쩌면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플라스틱 팬데믹.

세계를 보다, 황하람 기자입니다.

[리포트]
쓰레기를 줍느라 여념없는 사람들.

여기가 쓰레기장인지 해변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발리섬 남부의 아름다운 마을 쿠타는 악취가 진동합니다.

[현장음]
"여기는 쿠타 해변입니다. 비닐봉지와 일회용 컵, 빨대가 많네요."

지도엔 없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

남한 16배 크기의 북태평양 플라스틱섬, '더 트래쉬 아일즈(The Trash Isles)'입니다.

이 섬은 지금도 커지고 있습니다.

마스크가 뒤덮은 해변.

지난해 바다에 버려진 것만 15억 개입니다.

[엘레노어 라이더 / 미국 시민]
"매번 해변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를 봅니다. 올 때마다요."

코로나가 집콕 일상을 만들면서 일회용품에 담긴 배달 음식은 전 세계 어디든 필수품이 됐습니다.

[현장음]
"고맙습니다."

태국의 한 예술가는 자가격리 2주 동안 사용한 플라스틱을 모아 전시했는데,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제이콥 듀어 / 플라스틱제거연합 회장]
"싱가포르에선 포장과 배달 음식으로 봉쇄 기간 동안 1300여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는 5초 밖에 걸리지 않지만, 썩는 데는 500년이 걸립니다.

바다 위 플라스틱 쓰레기는 강렬한 햇빛에 노출돼 삭으면 온실가스인 메탄을 내뿜습니다.

또 플라스틱이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뜨겁게 만듭니다.

바다 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먹이사슬을 따라 인간의 몸으로 되돌아옵니다.

지금도 인간은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 이상의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있습니다.

[프란스 티머만 / EU 수석부집행위원장]
"플라스틱 오염이 공기, 바다, 음식 그리고 우리 몸에 끼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5년 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98kg.

당시 세계 1위였는데,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황하람 기자]
이곳은 서울 용산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입니다.

지금 제 뒤로 컨베이어벨트에서 플라스틱이 분리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여파로 플라스틱 사용도 늘면서 국내 하루 평균 플라스틱 폐기물은 1년 전보다 20% 가까이 늘었습니다.

[엠마 코헨 / 환경운동가]
"(코로나19로) 1회용품 사용이 급증했고 플라스틱 문제를 잊은 것 같아요. 10년 간 플라스틱 줄이기 노력이 물거품이 됐습니다."

유리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코카콜라.

뚜껑 여는 소리만 들어도 청량감을 주지만 플라스틱 오염원 세계 1위 기업입니다.

그랬던 코카콜라도 종이병 콜라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콜라병 흔들 듯 지구를 흔들면 거품이 흘러넘치듯 우리도 그 재앙을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세계를 보다 황하람입니다.

yellowriver@donga.com

영상취재 : 이준희
영상편집 : 김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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