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방역보다 감정 앞세운 마스크 갈등
  • 4년 전


전 세계 코로나 19 확진자가 2천 500만 명이 넘고 85만 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백신도 없는 지금 우리는 얇은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런데도 '써라' '안 쓴다'곳곳에서 갈등이 극심합니다.

죽어도 마스크 못 쓴다는 심리는 뭘까요.

세계를 보다 김민지 기자가 분석합니다.

[리포트]
[현장음]
"여기서 당장 나가세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이 무자비하게 쫓겨납니다.

[직원]
"(마스크 착용이) 회사 규정입니다. 마스크를 써주시든지 아니면…."

[손님]
"마스크는 안 쓸 겁니다. 난 자유국가에 살고 있으니까요."

[손님2]
"경찰을 부르세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스크 천태만상입니다.

코로나19 초기 미국이나 유럽에선 마스크를 쓰면 곧 환자라는 인식 때문에 마스크를 꺼려왔습니다.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는데도 숨 쉴 자유를 달라며 찢어진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나서기도 합니다.

[필립 / 벨기에 '노 마스크' 시위자]
"자유를 되돌리고 싶습니다.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등의 의무화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스티븐 테일러 /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죠. 자유를 침해받는다면 심리적 반작용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가족과 사회 전체를 중시하는 동양은 서양보다 마스크 착용률이 높은 편입니다.

[김장현 /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동양은 집단주의가 서양보다 강하거든요. 동양의 집단주의는 상호의존성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국가라는 것이 가족의 확장으로써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재난 대처 선진국 일본에선 아베 정부의 초기 대응이 오락가락하며 혼선이 빚어졌고,

[우쓰미 사토루 / 일본 내과의사]
"바이러스는 그냥 통과됩니다. 바이러스는 (마스크로) 막으려 해도 전혀 막을 수 없어요."

중국은 일주일째 본토 확진자가 없다며 마스크를 벗어버렸습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부 지침에 잘 따릅니다.

이렇게 동상에까지 마스크를 씌워 화제가 될 정도인데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높은 나라들의 특징은 코로나 대응책에 일관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정부 정책의 혼동 탓에 마스크 착용에 반감을 갖게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스크를 쓰면 남자답지 못하다, 리더십에 상처가 난다고 믿는 지도자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최대 확진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진행된 전당대회 내내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두 번째로 많은 코로나 확진국인 브라질의 대통령은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며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동남아시아에는 이런 지도자도 있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 필리핀 대통령]
"손 소독제를 마스크 빨 때 쓰세요. 손 소독제가 없으면 휘발유나 디젤을 쓰고요."

마주 본 두 사람 모두 마스크를 썼을 때 코로나에 감염될 확률은 1.5%.

100명 중 2명이 채 안 됩니다.

불편하지만, 서로를 지키는 유일한 백신이 마스크란 얘기입니다.

세계를 보다, 김민지입니다.

mettymom@donga.com

영상취재: 김영수
영상편집: 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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