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천연가스 분쟁으로 이어진 난민 갈등

  • 2년 전


세계를보다, 오늘은 유럽으로 갑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 두 나라가 벌이는 ‘난민전쟁’ 때문인데요.

겉보기엔 유럽 가려는 중동 난민들을 통과시키는 게 문제인 것 같지만요.

속으론 유럽연합과 러시아간 힘겨루기가 핵심입니다.

그 사이에 세상에서 가장 힘없는 난민들은 국경에 갇혀 겨울을 맞았습니다.

염정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동유럽 벨라루스와 맞닿은 폴란드 동쪽 국경 쿠즈나카.

폴란드로 입국하려는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며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8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알립니다. 폴란드 국경을 넘는 합법적인 방법은 정해진 국경을 넘는 것뿐입니다."

이라크와 시리아 등 주로 중동 출신인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독일 등 서유럽 국가.

[이라크 난민]
"우리는 폴란드가 아닌 독일로 갈 예정입니다. 독일이 우리의 삶이지, 폴란드가 아닙니다."

폴란드와 EU는 벨라루스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 6월 인권침해 혐의로 EU의 제재를 받자 보복하기 위해 난민유입을 조장했다고 주장합니다.

[표트르 뮐러 / 폴란드 정부 대변인]
"조직적인 방법으로 (벨라루스) 루카센코 대통령 정권은 폴란드 국경으로 가는 난민 그룹을 만들고 있습니다."

벨라루스는 EU가 돈줄을 막는 바람에 난민들을 막을 예산이 없다고 항변합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 벨라루스 대통령]
"저는 우리 군에 폴란드군처럼 (난민) 머리 위로 총을 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EU는 이번 난민 사태를 새로운 유형의 공격으로 규정했습니다.

[샤를 미셸 / EU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리는 EU 국경에 대한 잔인한 하이브리드 공격(비군사적인 방법으로 상대국을 혼란에 빠트리는 전략)에 직면했습니다.

철조망 사이로 녹색 레이저가 여기저기 발사됩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군인들의 눈을 멀게 하려는 벨라루스의 치졸한 공격이라며 영상을 SNS에 공개했습니다.

벨라루스는 폴란드 군이 확성기를 동원해 난민들에게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EU는 벨라루스의 배후로 러시아를 의심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 독일 총리]
"저는 푸틴과 통화를 통해, (벨라루스)루카센코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난민들이 이용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공식 부인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우리는 그(난민) 문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우리(러시아)에게 책임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에서 시작된 위기는 유럽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과 터키,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4개국 군함 7척이 흑해 공해상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벌이자 러시아는 벨라루스 영공에 폭격기를 보냈습니다.

급기야 벨라루스는 천연가스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EU에 러시아로부터 이어지는 가스관을 잠그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알렉산더 루카센코 / 벨라루스 대통령]
"우리는 유럽에 난방을 공급하는데 그들은 결국 우리에게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어떻게 될까요?"

닉 카터 영국 국방참모총장은 "서방국가들과 러시아의 전쟁 발발 위험이 미소 냉전시대 이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는사이 오도 가도 못할 상황에 놓인 난민들은 영하의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염정원입니다.

영상편집: 정다은


염정원 기자 garden93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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