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한복도 김치도 中이 원조?…극단적 애국주의

  • 3년 전


한복도 김치도 중국이 자꾸만 자기네 것이라 우기고 있습니다.

한국을 속국, 정도로 여기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데요.

세계를 보다. 중국에서 강해지는 극단적 애국주의, 그 속셈을 분석합니다.

베이징 성혜란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중국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배우들 뒤로 익숙해 보이는 옷을 입은 시녀들이 서 있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은 한복(韓服)이 명나라 한푸(漢服)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합니다.

[중국 누리꾼]
"한국의 한복은 중국의 고대 복식이 전달돼서 한국인들이 심미관에 맞게 가공한 것입니다."

중국의 '한푸 부흥운동'과 지난달 중국 게임업체의 한복 캐릭터를 놓고 촉발된 논쟁인데

복식사 전문가들은 "옷깃, 소매 모양, 색상과 착장 방식에서 서로 구분되는 고유의 특색이 있다"며 유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며 한국 문화는 없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난무합니다.

[요우즈지에 / 중국 누리꾼]
"한국은 중국의 부속국이고 행정 구역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중국 황제가 동의해야만 왕도 책봉됐는데 자기 나라 문화가 있을 수 있나요?"

[성혜란 특파원]
"한복에서 시작된 원조 논쟁은 결국 우리의 대표 음식, 김치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중국 절임채소, 파오차이를 김치로 둔갑시킨 중국 관영매체의 오보로 시작됐습니다.

[저장성 란TV]
"많은 사람이 김치하면 한국을 떠올리죠. 최근 김치 업계 표준이 정식으로 탄생했는데, 놀라운 건 한국과는 큰 관계가 없고 오히려 중국이 주도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파오차이보다 19년 앞선 지난 2001년 한국의 김치는 이미 국제표준으로 인증받아 종주국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바 있습니다.

쓰촨 파오차이를 판매하는 가게를 찾아가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궈모 씨 / 쓰촨 파오차이 가게 종업원]
"양국 김치 모두 각자의 특색이 있습니다. 양국 우정에 영향을 주지 말고 사소한 문제로 불필요하게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초 동북지역 3성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던 이른바 '동북공정' 연구 프로젝트.

역사 왜곡 논란은 극단적 애국주의 누리꾼을 뜻하는 '샤오펀훙'의 활동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태어나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이런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진원지로 손가락질받은 올해 '항미'와 항일'을 주제로 하는 영화 두 편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역사 유적지마다 시민들이 몰렸습니다.

[판모 씨 / 중국 베이징 시민]
"(남북 중 먼저 침략한 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두 정권 사이의 일이고, 저희가 주목하는 건 침략자가 우리 국토까지 영향을 미치면 반격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강대국 앞에선 침략당한 제국주의 피해자로,

동아시아에선 최강국으로 군림하려는 중국인들의 이중성이라고 분석합니다.

[피터 그리스/ 영국 맨체스터대 중국정치학 교수]
"중국은 자신들이 동아시아 전역에 문화적 번영을 퍼뜨렸다고 봅니다. 그들은 아버지고, 한국과 다른 나라들은 자녀로서 감사해야 한다는 거죠. 반면 미국과 유럽 등과의 관계에 있어서 중국은 더 평등한 관계를 요구합니다."

주변국 문화를 밟고 올라서려는 중국인들의 극단적 애국주의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세계를보다 성혜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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