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 규제하자' 말잔치만…이번엔 속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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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 규제하자' 말잔치만…이번엔 속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시작합니다! 이번 주 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수많은 투자자에게 천문학적 피해를 안긴 암호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인물, 권도형 씨가 최근 해외에서 체포됐죠. 암호화폐 사기 피해는 계속 늘고 있지만, 피해보상은 커녕 처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에 규제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다보니, 피해자가 양산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이제 강력 범죄의 무대까지 되어버린 암호화폐 시장의 피해 실태와 규제 필요성, 세계적인 규제 움직임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동훈 기자가 피해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피해자들은 피눈물…"권도형, 차라리 미국으로" / 이동훈 기자]

[기자]

빠듯한 생활 속, 자녀의 학자금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고 지난해 테라·루나에 투자했던 A씨.

폭락 사태 당시 순식간에 3천만원을 잃었습니다.

11개월이 지났지만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은 여전합니다.

"잘나지 못한 집안이니까 어떻게든 뭐 대학이라도 좀 거기까지라도 제대로 좀 보내주고 싶어서 열심히 모으던 건데 한순간에 다 날려버려가지고…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은퇴자금 5천만원을 잃은 B씨도 당시의 충격이 생생한데, 권도형 씨의 체포 소식에 마냥 기뻐할 순 없었습니다.

피해 회복을 위해선 권 씨의 국내 송환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또 한편으로는 솜방망이 처벌이 우려스럽습니다.

'응분의 댓가'를 받게 하려면, 차라리 혐의 하나 하나를 따로 처벌하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게 오히려 낫겠다는, 양가적 입장입니다.

"현행법으로 과연 걔를 갖다가 처벌할 수 있는지 저는 거기에 대해서 굉장히 지금 아직까지 확신이 안 서요. 미국에서 영원히 우리 사회에서, 인간 사회에서 격리돼서 지내게 하고 싶다는…"

피해자들의 국내 사법처리에 대한 불신은 입법 부재로부터 시작합니다.

검찰은 권 씨를 불공정거래 행위로 처벌하고, 부당이득을 몰수하기 위해 루나를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볼지, 법적 기준이나 판례가 없어 처벌이 어려울 거라고 보는 겁니다.

관련 처벌이 약하다는 인식도 한몫합니다.

실제로 재작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범죄에 유죄판결이 나온 사건 39건 중 24건, 61%가 집행유예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가상화폐 피해사건 규모는 2018년 1,700억원 수준에서 재작년 3조1,300억원 수준으로 4년 만에 18배 넘게 늘었는데 가상자산 지위 논의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가상자산의 위치매김을 정확히 하고 거기에 합당한 법률안을 만들어서 사기나 부정거래가 있는 경우 그것을 진압하고 피해자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상자산의 발행 등에 대한 투자자 보호책을 담은 가상자산 관련법이 2021년 발의돼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

피해자들은 하루빨리 관련 논의를 시작해 권 씨가 적절한 처벌을 받게 하고 제2의 테라·루나 사태를 막아야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연합뉴스TV 이동훈입니다.

[이광빈 기자]

하루 평균 3조원의 돈이 오가는 가상자산 시장

문제는 국내에서는 이 시장에서 불공정 거래행위가 이뤄져도 처벌할 규정이 없습니다. 관련 법이 없는 탓인데요. 정부와 당국, 국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마련에 이제서야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이은정 기자입니다.

[일평균 거래량 3조…" 투자자 보호·CBDC 논의" / 이은정 기자]

[기자]

지난해 말 국내에서 유통된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9조원, 하루 평균 3조원에 달하는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루나·테라 사태와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여파로 시가총액이 4조원 날아갔지만, 여전히 20조원에 가까운 시총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성인 16%는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계좌를 갖고 있는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 대목이 "골칫거리 중 하나"라고 했고, 심지어는 "투자 대상으로 보기에는 여러 위험이 있다"고 할 정도로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정부 당국 입장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을 통제할 방법은 없는데, 여기서 나온 수많은 투자 피해자들을 가만 두고 보기에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실물자산 내지 다른 금융상품과 연계된 기존 증권 상품과는 달리 가상자산은 담보 가치가 사실상 없어 증권성을 따질 수 없고, 불공정 거래를 제대로 처벌할 방법도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규제체계를 두고 가상자산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하겠다는 입장입니다.

"1단계에서는 불공정거래 규제와 고객자산에 초점을 두고, 2단계로는 국제기준의 가시화를 보아가면서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20·30세대 이용자가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도 금융당국으로선 부담입니다.

이들이 빚더미에 떠몰릴수록 우리 경제 전반의 부실 위험도 커지는 만큼, 당국의 대응도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디지털자산 시장과 전통적 금융시장간 연계성 확대에 따른 잠재리스크 관리 방안도 검토하겠습니다."

지지부진했던 국회 입법 논의에도 시동이 걸렸습니다.

일단 여야가 합의한 법안 내용은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고객 예치금을 보호하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발행과 상장, 사업자 진입 규제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 벌써부터 반쪽짜리 입법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따지는 복잡한 과정 없이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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