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내야 수사"…신고 안 받아준 경찰

  • 4년 전
◀ 앵커 ▶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빼내 친한 사람인 척 송금을 요구한 뒤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메신저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그런데 송금을 하지 않아 피해 본게 없다는 이유로, 경찰이 신고도 받아 주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50대 강만경 씨는 지난 21일 딸에게서 다급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친구가 맡긴 600만 원을 돌려줘야 하는데 계좌에 문제가 생겼다며 대신 송금을 요구했습니다.

메신저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말이 안들린다며 거듭 친구의 계좌번호로 돈을 보내달라는 딸.

[강만경/메신저 피싱 피해자]
"사진도 딸 사진이고 또 아빠, 아빠 그러길래 사진도 똑같다 보니까 진짜로 우리 딸이 저한테 부탁하는 것 마냥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믿었죠)."

돈을 보내기 직전, 딸에게 마지막으로 건 휴대전화 통화가 연결된 뒤에야 강 씨는 메신저 피싱임을 알게 됐습니다.

누군가 사진과 이름, 가족관계까지 빼내 자신의 행세를 하고 다닌다는 걸 알고 당장 경찰서에 찾아간 강 씨의 딸.

하지만 경찰의 대응은 뜻밖이었습니다.

담당 수사관은 "돈을 보내지 않았으면 피해도 없다"며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강승연/메신저 피싱 피해자]
"(경찰이) 아빠도 돈을 안 보냈고 하니까 피해 본 게 없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일단 저는 도용을 당한 거고 아빠는 제가 아니었으면 (돈을) 보냈을 게 뻔하니까. 그게 신고가 안 된다고 해가지고 너무 화가 났어요."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은 피싱 범죄의 범인은 주로 해외에 있어 잡기 힘들다는 뜻이었다며 다시 신고하면 당장 수사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수사의 실효성하고 전반적인 현실성하고 감안을 해서 어려움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던 거지 우리가 안 하겠다 이런 건 아니었거든요. 죄송스럽게 생각을 하는데 지금이라도 신고를 하시면…"

지금도 또다른 사람의 정보를 도용해 범행을 이어가고 있는 피싱 사기범은 신고하겠다는 피해자에게 한국 경찰을 조롱하는 메시지까지 남겼습니다.

MBC뉴스 정재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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