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무량판에 죄를 물으랴'…시공·감리한 '사람'에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9개월 전
'어찌 무량판에 죄를 물으랴'…시공·감리한 '사람'에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요즘 보통 시민들은 생소했던 단어 '무량판'이 연일 귓가에 울리고 있습니다. 이번 LH '철근 누락' 사태의 당사자인 아파트들이 주로 무량판 공법으로 지어진 탓인데요.
그런데 무량판 구조는 죄가 없습니다. 제대로 시공과 감리를 안 한 게 죄일 텐데요.

먹고살기 바쁜 서민들이 무량판이라는 구조에까지 귀를 기울여야 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목소리, 그리고 부실공사의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안채린 기자입니다.

[우리 집도 무너질까…부실 공포에 마음 졸이는 시민들 / 안채린 기자]

[기자]

지난 4월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폭삭 내려 앉았습니다.

별도의 보가 없이 기둥으로만 천정을 지탱하는 이른바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주차장에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게 원인이었습니다.

충격파는 여전합니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는 LH 발주 아파트 중 이렇게 철근이 덜 들어간 15개 단지와 시공사 명단을 공개하고 보강 조치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명단에 오른 단지 입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다른 데도 무너졌다는 소리도 들리고 해서 혹시 우리 아파트도 그러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우선이니까 지금 어쨌든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라는 거잖아요. 거기에 대한 보완이 먼저…"

정부는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지난 3일 LH 발주 아파트 외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 293개 단지를 전수조사하겠다는 추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걱정은 커지는 분위깁니다.

일부 민간 아파트는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간아파트 특성상 조사를 하더라도 집값에 민감한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해당 단지나 진단 결과를 낱낱히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 민간 아파트 입주민들은 걱정이 앞섭니다.

"손자가 여기 있다 보니까 아이 케어해주러 자주 오는 편이거든요. 요즘 매스컴 보면 국가에서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아파트도 문제가 참 많은데, 과연 살고 있는 이 곳이 안전한가 하는 생각은 들죠.

상황이 이렇자 무량판 구조만이 아니라 발생하는 각종 하자를 통해 아파트들의 총체적인 부실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설계자 그 다음 발주처, 종합건설회사, 감리자 이 모두가 문제가 있을 때 이런 붕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거든요."

실제 발생하는 하자는 비만 오면 발생하는 침수나 배관 문제, 벽면 균열, 과도한 결로 등 가지각색입니다.

확산되는 불안감과 불신은 문제가 된 아파트 입주민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집을 구할 때) 차라리 옛날 거를(집을) 보러 다닐 거 같아요. 지금 짓는 것은 부실공사가 너무 많아서 불안하고…"

"다른 아파트도 그렇고(부실하고) 민간도 그렇고 공공도 그렇다고 하는데 내가 사는 곳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니까요."

끊어지지 않는 부실의 고리 속에 시행,시공사 등 건설업계는 돈을 챙기고 정작 걱정과 위험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됐습니다.

연합뉴스TV 안채린입니다.

[이광빈 기자]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무량판 구조' 공포증이 퍼지고 있는데,

문제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란 게 중론입니다. 21세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후진적 건설 관행과 함께 LH '전관 카르텔'이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조성흠 기자입니다.

[총체적 부실 방조하는 건설현장…'엘피아'도 한몫 / 조성흠 기자]

[기자]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15곳의 LH 아파트 주차장 기둥 부위에 철근이 대거 빠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량판 구조 공포증'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평기둥인 보 없이 수직기둥만으로 슬래브를 받치는 구조가 무량판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정교한 작업이 필수적인데, 후진적인 건설작업 환경이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노동자들은 비용 절감에만 집착하는 건설업계의 비현실적 공사 기간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시공을 갖다가 정확하게 했다, 개수를 갖다가 정확하게 맞췄다,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그 시간입니다."

싼 임금만 고려해 숙련도 낮은 외국인 노동자를 늘린 것도 문제입니다.

"저희의 한 3분의1도 못 따라옵니다. (철근을) 묶는 것도 그렇고 세우는 것도 그렇고, 속도만 그냥 (따라)하는 거죠. 흉내만 내는 거죠."

단기간에 작업자가 계속 바뀌는 고용 행태론 무량판 구조처럼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고 숙련도를 높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늘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돼"라고 하면 도면을 제대로 독해하고 거기에 맞게 공법에 맞게 구조검토를 제대로 한 것에 맞게 시공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거죠."

LH 퇴직자 '엘피아'들의 유착은 이런 문제를 더 키우는 요인입니다.

철근 누락 단지 15개 중 13곳은 LH 출신이 있는 업체가 설계를 맡았던 곳입니다.

15개 감리업체 중 LH 출신이 고위직인 곳이 9곳이란 점도 드러났습니다.

시공도 엉망인데 설계, 감리까지 이어진 '전관'업체들이 짬짜미가 부실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업체들은 의혹을 부인합니다.

"그 중에선 저희가 잘못한 부분도 보이고. 저희가 잘했다 책임을 회피한다 이런 관점으로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니지만

전관의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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