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지는 학폭…예방 놓치면 '사후약방문'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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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해지는 학폭…예방 놓치면 '사후약방문'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시작합니다! 이번 주 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아이들 싸움'이 아닌, 심각한 범죄이자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 변호사가 검사 재직 시절, 법률적 전문성을 활용해 끝장 소송을 벌이면서 '아빠찬스' 논란으로까지 번졌는데요.

학교폭력의 실태와 대책을 다뤄보겠습니다. 먼저 한채희 기자입니다.

['SKY보다 의대'…초등학생부터 의대 입시반 준비 / 한채희 기자]

꽃다발을 든 남성의 어깨를 토닥이는 정순신 변호사와 뒤에서 박수를 보내는 이들.

대학신문에 학교폭력을 소재로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 의 대사와 함께 만평이 실렸습니다.

벌써 며칠째 대학가에는 학교폭력 논란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대에는 일주일 넘게,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습니다."

익명 커뮤니티에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고백이 이어졌고, 가해자를 향한 강한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아무래도 사안이 크고 상당히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돼서 학생들끼리도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얘기한 거 같습니다."

폭력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정 변호사는 아들이 강제전학 처분을 받게 되자 법정대리인을 자처했고, 사법연수원 동기를 소송대리인으로 세워 전관급 변호인단을 꾸렸습니다.

"변호사라는 기득권층이 본인들의 권력을 사용해서 2차 가해를 할 수 있는 불공정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에…"

"돈도 많고 권력이 있는 사회 계층이 괴롭힘을 저지르고 부당한 일을 저질렀을 때…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회의 구멍이 이번에 드러난 거라고."

1년간의 '끝장 소송' 끝에 결국 피해자는 학업을 포기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까지 이르렀지만, 정 군은 서울대에 입학했습니다.

수능 성적만으로 합격이 좌우되는 정시 전형을 이용했는데, 학생들은 기회가 균등했는지도 의문입니다.

"학교폭력을 하고도 정시로 대학에 가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을 할 수 있어서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제도의 맹점도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는 학교폭력으로 망가진 피해자의 통쾌한 복수극을 담고 있지만, 현실에선 피해자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아이의 문제보다는 아버지의 문제가 더 심각한 거죠, 사실은."

피해자의 인생을 뒤흔든 하나의 학교폭력 사건은 결국 한국 사회의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졌고, 사회적 공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한채희입니다.

[이광빈 기자]

학교폭력은 드라마나 웹툰으로도 많이 다뤄지면서 사회적으로 더 심각성이 공유되고 있는데요.

통쾌한 복수나 해피엔딩은 드라마 속의 이야기이지, 현실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방역 종료 이후 대면수업이 재개되면서 학교폭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최덕재 기자입니다.

[현실엔 '복수극·성장물' 없었다…증가세 우려도 / 최덕재 기자]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는 학폭은 드라마와 웹툰 소재로 널리 활용됩니다.

'더 글로리' 처럼 학폭 피해자의 통쾌한 복수극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거의 전 연령대가 즐겨보는 웹툰 최상위권에는 학폭을 이겨내는 성장물이 다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폭의 현실은 상상 속 작품보다 훨씬 잔혹합니다.

지난달 제주도에서는 8개 학교 소속 중·고교생 12명이 여중생을 집단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아파트 주차장과 공원 등으로 끌고 다니며 30분 넘게 폭행한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혀 논란이 됐습니다.

"작가님들이 취재 단계에서 되게 힘들어들 하세요. 현실의 문제가 생각했던 이야기보다 더 심각한 경우들이 많아서…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독자분들도 계시고."

물리적 폭력에 그치지 않고 사이버·언어 폭력으로 번지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 교묘하고 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학급 친구들로 추정되는 불특정 다수가 피해 여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고,

피해 학생의 집으로 배달을 대량으로 시킨 뒤 착불로 계산하게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중고거래 장터에서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자신의 물건을 원래 적정 가격보다 더 비싼 값에 사도록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피해 받았을 때 얼마나 고통스럽냐, 이렇게 물어보는데 '고통스러웠다', '자살·자해 충동을 일으켰다'라고 하고 있거든요. 남아있는 가족의 고통은 굉장히 심각하죠. 평생이라는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고."

연 평균 6천건 정도 학폭 상담이 들어오지만, 전국에 피해학생 전담 지원센터는 3곳에 불과한 상황.

지원은 부족한데, 학폭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학기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폭 심의건수는 9,790여 건이었습니다.

2학기를 포함하면 2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심의 건수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실시된 2020년에 8,300여 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부터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피해자와 가족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는 학폭. 전문가들은 개인의 나약함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연합뉴스TV 최덕재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해외에서는 학교 폭력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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