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나라 한국 방위비 더 많이 낼 것"…또 공개 압박

  • 4년 전
◀ 앵커 ▶

이런 가운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협상을 앞두고 우리나라를 공개적으로 압박했습니다.

"부유한 나라인 한국이 방위비를 더 많이 낼 예정"이라면서 대폭적인 증액을 기정사실로 못박았습니다.

협상이 이번 주에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워싱턴 여홍규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중동 문제를 언급하다가 불쑥, 묻지도 않은 한국 얘기를 꺼냈습니다.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려고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자신이 한국을 상대로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더니 한국이 5억 달러, 우리 돈 약 5천 8백억원을 냈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나는 (한국에) '당신들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돈을 지불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들이 5억 달러를 줬습니다."

한국은 부유한 나라고, 앞으로 분담금을 더 많이 낼 거라고도 했습니다.

협상 타결도 되기 전에 대폭 증액을 미리 못박은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5억 달러' 발언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2월 한미 방위비 협상이 타결된 직후, 자기 전화 몇통으로 한국이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양국이 합의한 증액분은 787억원,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약 6천7백만 달러로, 5억 달러의 13%에 불과합니다.

특유의 과장된 화법으로 미국인 유권자들에겐 자신의 성과를 부풀리고, 협상 상대인 한국을 향해선 증액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지난달 초엔 주한미군 규모를 유지하려면 한국이 방위비를 더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며, 원하는 만큼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쓸 수도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와 직접 관련 없는 분야까지 문제삼았습니다.

"한국은 미국인들의 모든 TV 세트를 만들고 있고, 그것은 우리로부터 빼앗아간 것이다. 그들은 선박도 건조하고 많은 것을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몫을 잠식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겁니다.

이번주 워싱턴에선 한미 방위비협상 6차 회의가 열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인 압박에 나선 가운데, 최근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가 방위비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MBC뉴스 여홍규입니다.

(영상취재 : 임상기(워싱턴) / 영상편집 :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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