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역: 노숙인에서 작가로…다시 돌아온 서울역
  • 4년 전
‘울역’ 사람들이 과거 이야기를 할 때면 이런 말을 한다.

“광장업계 사람들 과거 이야기에 '100% 사실'은 없다”

과거에 잘나갔던 이야기. 여기까지 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 노숙인이라는 낙인을 떨치려 과거를 미화하거나 꾸며낼 수 있어서 그들 이야기를 전부는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곳에서 과거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이다.

이 남자 이야기는 어떻게 들릴까?

한때는 잘나갔다.

수백만 원 하는 정장을 입고,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 자리에 앉아 외국 출장을 다녔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했다. 그에게 돈은 힘이자 권력이었다.

그런데 사업이 실패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힘과 권력이었던 돈은 반대로 그를 옥죄기 시작했다. 그를 부러워하던 동료와 친구는 돈과 함께 떠나버렸다.

신용불량자가 된 그를 받아 주는 곳은 일용직뿐이었다. 그마저도 몸을 다쳐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 남자는 모든 것을 잃고 노숙인이 되었다.

시작은 여수역이었다. 그곳에서 3년간 노숙하던 그는 무작정 서울역으로 올라왔다. 서울역 광장에 첫발을 딛던 순간 그 느낌… 서울역에는 그와 같은 노숙인들이 많았다.

그때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 그를 부른 이는 광장 입구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한 노숙인 무리 중 우두머리 같은 사람(삼석이 형님)이었다.

‘노숙인은 노숙인이 알아보는구나’

그는 노숙인 무리로 걸어갔다.

“너 여기 왜 왔냐?”


그들은 서울역에 새로 온 신입 노숙인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는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의 서울역 신고식은 그렇게 술 한 잔을 받으며 시작됐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옆에 앉아 있던 '기철'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기타는 없었지만 허공에 튕기는 손놀림은 진짜 같았다.

"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서울역에 온 그를 환영하는 노래였다. 기철은 앉은 상태로 그에게 다가왔다. 눈에는 닭똥 같은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Such a lovely place. Such a lovely place...

“전국에서 일 년에 약 300명의 노숙인이 세상을 떠납니다”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어느 날, 한 사회복지사가 들려준 얘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났다.

‘노숙인은 인권이 없는가?’

어떤 이유로, 무슨 잘못으로 노숙인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더러운, 게으른, 못 배운....’

노숙인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일하면서 노숙생활을 벗어나려고 하는 ‘보이지 않는 노숙인’도 많지만, 사람들 눈에 비치는 것은 ‘보이는 노숙인’의 부정적인 이미지뿐이었다.

그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노숙인에 관한 글이었다. 그는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렸다. 그들의 인권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자 노숙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냉담했던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회 마음 한편에 숨어 있던 인간애들이 달려와 주었습니다. 멸시의 눈초리만 가득하다고 여겼던 세상에서 숱한 사랑이 튀어나와 주었습니다’ -웹툰 길리언 작가 후기 중

그는 그때부터 노숙인을 위해 살기 시작했고 그걸 계기로 노숙인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의 이름은 김태현. 그는 노숙인 웹툰 ‘길리언’ 작가로 더 유명하다.

김태현 작가는 현재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와 함께 노숙인에 대한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 노숙인들이 사회로 완전히 복귀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겉만 치유해서는 원상태로 돌아옵니다. 자활을 시도한 노숙인 중 성공하는 이는 1000명 중 1명입니다. 나머진 모두 노숙으로 돌아옵니다. 노숙인 마음의 상처를 알아주고 치료하는 것.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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