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잡음' 없는 곳이 없다…조합장의 '금고 털이'

  • 5년 전

◀ 앵커 ▶

서울 강남의 한복판, 재건축단지에서 주민들이 편이 갈려서 수시로 몸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을 두고 조합원이 둘로 쪼개져서 싸우고 있는 건데요.

대체 주민들끼리 어떤 이해 관계가 충돌하기에 이러는지 홍의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9일 밤, 서울 반포동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도로에 나와 한데 엉켜 몸싸움을 벌입니다.

무슨 패싸움이라도 하는 건지,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중간에 서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경찰.

양측에서 고성이 오갑니다.

"서류 내놔, 서류 내놓고 정정당당하게 해야 할 거 아니야. 조합장 잡아! 조합장 잡아! 여기 있네 여기 있네, 여기 있다, 잡아!"

곧이어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조합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에워쌉니다.

족히 백 명은 돼 보이는 주민들이 서로 채증을 한다며 휴대전화로 찍어대고,

"당신들이 경찰 맞아?"
(경찰 뭐해?)

아수라장이 따로 없습니다.

이번엔 조합 사무실에서 맞붙었습니다.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를 빼앗으려고 주민들이 대치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다 놔 둬."
(원래 있는 자리에다 두세요 그냥. 왜 와서 가져가려고 그래.)

아예 엎드려서 컴퓨터를 끌어 안은 주민.

필사적으로 컴퓨터를 지키려다, 결국 손찌검까지 오갑니다.

"왜 때려요, 때리지 마라니까."
(왜 기대? 비켜! 비켜!)
"왜 때려?"

주민들이 이렇게 싸우고 있는 건, 지난 9일 있었던 사건 때문입니다.

이날 오전 조합장인 최 모씨가 봉인을 떼어내고, 금고에 감긴 쇠사슬을 절단기로 끊습니다.

그리고 이날 밤, 조합장 최씨가 다른 주민 2명과 함께 빈 사무실에 들어와 금고를 열더니, 뭔가를 꺼내 가림막 뒤로 사라졌습니다.

이들이 금고에서 빼낸 건 임시총회 참석자 명단과 투표용지.

현 조합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때 조합장 최씨측이 서류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 모 씨/조합장 반대측]
"참석자 명부에, 참석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참석을 했다고 되어 있으면서…"

임시총회에서 기존 시공사 선정을 철회한 조합장측이 정족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둘러 참석자 명단을 조작하려고 서류를 빼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조합장 최 씨는 낮에 용역들이 사무실을 감시해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워 밤에 금고를 연 것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최 모 씨/재건축조합장]
"수십 명의 용역을 지켜놓고, 이걸 자칫하면 들어와서 금고를 탈취해 갈 수도 있겠구나. 제 업무 책상에 가서 '아, 이 서류구나' 한번 보고 나서 넣은 겁니다."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장 최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가운데, 기존 시공사도 조합측을 상대로 고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체 공사규모 8천억 원, 2천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인 이 아파트 단지에선 45년된 22평짜리 아파트 한 채가 20억원을 호가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홍의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