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데이트 코스] 시간이 비켜간 서울, '서촌'

  • 5년 전
대한민국에서 변화속도가 가장 빠른 서울. 이곳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빌딩이 건설되고 있고 어제 봤던 상점이 내일이면 다른 곳으로 바뀐다. 하지만 서울에서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고 가장 오래도록 옛 모습을 머금고 있는 곳이 있다.

[옛 서울의 정취가 살아 있는 서촌]

경복궁을 기준으로 서쪽에 자리 잡은 서촌.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요즘 가장 '핫' 하다는 서촌으로 갈 수 있다.

효자동, 누하동, 청운동, 옥인동, 통인동 등 15개의 법정동(호적이나 주민등록 등에 쓰이는 동의 이름)이 모여 있는 이 지역이 '서촌'으로 불리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삼청동을 끼고 카페들이 들어선 북촌과 구별하기 위해 등장한 명칭인데, 예로부터 고위 관료나 왕족이 살았던 북촌과 달리 이 곳은 중인들이 살았던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북촌이 잘 보존된 전통 한옥 거리의 느낌이 강하다면, 서촌은 1910년대 이후 지어진 개량 한옥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근대화가 시작되던 때의 서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느낌이다.

[추사, 이상, 이중섭이 활동했던 서촌]

북촌에 비해 서촌은 변화의 속도가 더뎌 보인다. 하지만 골목들 사이로 띄엄띄엄 들어선 커피숍과 갤러리가 새로운 느낌의 서촌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이 곳에서 활동했던 추사 김정희, 천재 시인 이상, 화가 이중섭의 예술혼을 기억하며 지금도 많은 예술가들이 공방을 꾸며 작업하고 있다.

서촌은 저마다 개성을 가진 가게들이 띄엄띄엄 있어서 골목길이 다소 복잡한 편이다. 하지만 발품을 판 만큼 서촌의 정취를 더욱 많이 느낄 수 있다. 길을 걷다보면 사진에 담고 싶은 고즈넉한 풍경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엽전으로 즐기는 '도시락 뷔페']

서촌에서도 다양한 먹거리들을 즐길 수 있지만 이 가운데 단연 최고는 통인시장 먹자골목의 '도시락 뷔페'다. 서촌 중간쯤에 자리 잡은 통인시장 안에서는 튀김에서부터 떡갈비에 이르기까지 예전에 재래시장 안에서 먹어 보던 다양한 '시장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 곳의 특이한 점은 '도시락 뷔페' 방식으로 음식을 파는 것이다. 시장 가운데 자리 잡은 고객센터에 가면 5천 원을 내고 엽전을 구입할 수 있다. 엽전과 함께 받은 도시락통을 들고 시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엽전을 내고 반찬을 입맛대로 선택해 담으면 된다. 인사를 잘하고 살갑게 대하는 손님들에겐 인심 좋은 상인들이 덤을 후하게 올려준다.

도시락을 가득 담은 후엔 고객센터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식사하면 된다. 공깃밥과 국은 별도로 판매하며 김치는 기본으로 제공 된다.

통인시장에서 밥을 먹고 나서 서촌의 서쪽 끝에 자리 잡은 수성동 계곡으로 가볍게 걸어도 좋다. 계곡 입구에 들어서면 조선 중기 유명 화가였던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 '장동팔경첩-수성동'의 실사판을 볼 수 있다. 한 폭의 그림과 같은 경치를 보고 나면 서촌에 예술가들이 모일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간이 멈춘 듯한 서촌. 그곳에서 서울의 옛 모습을 즐기는 시간여행 데이트를 두 남자가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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