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현장] '낙서 폭격'에 거리 몸살…도를 넘는 그래피티

  • 6년 전

◀ 앵커 ▶

투데이 현장입니다.

얼마 전 서울 청계천로의 베를린 장벽을 스프레이로 훼손한 화가가 경찰에 입건됐죠.

예술이냐 낙서냐 논란도 많은데요.

이런 그래피티가 도를 넘는 수준인 거리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김수산 리포터입니다.

◀ 리포트 ▶

주말 유동인구가 8만 명이 넘는 서울 이태원.

그런데 초입부터 곳곳에서 각양각색의 낙서가 눈에 띕니다.

형형색색의 페인트를 뿌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기괴하게 느껴질 만도 한 낙서들이,

건물 외벽과 상가 셔터, 에어컨 실외기까지 가리지 않고 그려져 있는데요.

[조애선/상인]
"거의 낙서를 여기저기 하고 다니니까.다른 집들도 셔터에다가 칠해놓고 다니니까."

어떻게 올라가 그렸을까 싶을 만큼 사람 키도 닿지 않는 높은 곳까지 빠짐없이 그려져 있는 낙서들,

패션거리 6백 미터 남짓한 구간에서 흰 벽면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상인]
"저거는 사다리 외에는 못하죠. 페인트칠해놓으면 그 다음 날 와서 또 해놓는데. 그렇다고 밤새도록 잠복할 수도 없는 거고."

최근에는 누군가 경쟁적으로 낙서하는지, 낙서가 있는 곳에는 자신이 낙서를 했다고 암시하는 스티커까지 붙어 있을 정도입니다.

[상인]
"누가 그렸어, 그러면 다른 애가 와서 그걸 바꿔버려요."

벽에 긁거나 페인트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

초기엔 저항 문화의 수단으로, 지금은 현대 예술의 장르로도 인정받지만 정작 상인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상인]
"자기들 나름대로는 표현이라고 하지만, 남에게 해 끼치는 건 표현이 아니잖아요, 행패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최근에는 주택가 담벼락까지 낙서들로 채워져 인근 주민들도 불만이 컸는데요.

[이태원 주민]
"너무 지저분해. 누가 하는지 잡았으면 좋겠어."

길거리 낙서로 몸살을 앓는 곳은 젊은이들의 메카로 불리는 홍대 쪽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사장 가림막마저 거대한 낙서판이 돼 가고 있었는데요, 행인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권소담·임동혁]
"휑한 지역에 (그라피티를) 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시민]
"그런데 예쁘면 보기 좋은데, 지저분하게 생긴 거는 별로예요."

최근 독일 베를린 시가 서울시에 기증한 기념물인 베를린 장벽을 훼손한 혐의로 그라피티 예술가가 입건되기도 했는데요.

남의 건물과 공공 시설물에 허가 없이 낙서를 하다 적발되면 처벌받을 수 있지만 주로 심야에 이뤄져 단속이 어렵다고 합니다.

[서울 마포구청 관계자]
"야간에는 행정적으로 단속하기가 제한이 따르잖아요. 인력이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도를 넘는 낙서와 그래피티에 젊음의 거리들이 몸살을 앓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는 엄연히 다르다는 걸 인식하고 자제하길 바라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투데이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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