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안전사고…부실공사와의 전쟁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2년 전
후진국형 안전사고…부실공사와의 전쟁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시작합니다!
이번 주 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17명의 사상자'가 생긴 '광주 학동 참사'가 일어난 지 7개월 만에 광주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이 20일 가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사를 서두르기 위해 원칙을 무시한 건설 현장의 악습과 기업의 이윤 추구가 낳은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입니다. 김경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학동참사'에 이은 아파트 붕괴…예견된 참사였다 / 김경인 기자]

지난 11일 오후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입니다.

아파트 내·외벽이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39층부터 23층까지 무려 16개 층이 도미노처럼 붕괴 됐습니다.

붕괴 직전 39층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저거 무너졌다. 저거 무너졌다. 저거 무너졌다. 거기도 떨어졌다."

시공사는 업계 9위인 HDC현대산업개발.

지난해 6월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광주 학동4구역의 시공사 역시 현대산업개발이었습니다.

'학동 참사'는 경찰 수사 결과 해체계획서 미준수, 불법 재하도급, 공사비 후려치기, 계약 비리 등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폐단이 확인됐습니다.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도 역시 원칙과 규정이 철저히 무시됐습니다.

고층 건물에 콘크리트 타설을 하려면 아래 3개 층에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이른바 동바리를 설치해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최소 37층과 38층, 피트층에는 설치돼 있어야 했지만 이미 철거한 상태였습니다.

피트층에 수직벽인 '역보' 7개도 무단으로 설치했습니다.

무게만 수십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붕괴가 진행된 면적과 겹칩니다.

"아래층에 2개 층 정도는 지지대를 충분히 대고, 아직까지 양생 중이기 때문에 안전을 확보를 해야 하는데 이 가벽이 무게가 추가됐고…"

전문가들은 영하의 날씨에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하고, 짧은 양생 기간, 재료 등도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37층과 38층 바닥은 각각 7일과 6일 만에 타설됐고, 38층 천장도 8일 만에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게 콘크리트 자체가 이런 하중에 대해서… 충분히 버텨줄 수 있었던 강도가 나왔으면 실제 이런 문제는 안 생겼던 거죠."

하청 업체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의 지시로 모든 작업을 진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결국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공기가 한 달 가까이 지연되자 공사를 무리하게 서두른 것으로 보입니다.

"11월경 입주 예정이면 사실은 공정이 많이 쫓겨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죠. 아마 공기를 서둘다 보니까 좀 간과했던 부분들이 많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화정 아이파크'는 지난 30개월 동안 13건의 행정처분과 14건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습니다.

주민들로 구성된 공사 피해 대책위원회가 수백 번의 민원을 넣으며 경고를 보냈지만, 대부분 무시됐습니다.

"이런 모든 것의 원인은 결국은 기업이라든지 발주자가 너무 안전이나 품질을 신경 쓰는 게 아니고, 실제 너무 이익에 눈이 멀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 거죠."

'빨리빨리'를 외치며 안전과 품질을 무시하고 철저하게 이익을 쫓는 게 대한민국 건설 현장의 현실입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이광빈 기자]

이번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를 비롯해 건설현장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인명사고는 한국 사회 고질병인 '빨리빨리' 문화와 안전불감증이 낳은 결과였습니다. 현장 노동자와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손보지 않으면 비극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윤솔 기자입니다.

[건설현장 일주일에 4명 목숨 잃어…'안전제일' 구호뿐 / 윤솔 기자]

인천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의 사망 사고, 서울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의 노동자 추락사, 광주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굴착기에 깔려 사망한 사고까지.

잇단 사망 사고는 광주 아파트 붕괴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216건입니다.

일주일에 최소 4명꼴로 노동자가 사망한다는 뜻입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는 불법적인 관행이 사고를 부른다고 입을 모읍니다.

원청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은 기업이 다시 다른 하청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일이 횡행하다는 건데, 이 과정에서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가 자행되고, 적은 인원으로 빨리빨리 작업하려니 안전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다는 겁니다.

"타설하다가 많이 무너져서 깔려서 들어가 본 적도 있고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거든요. 저가 낙찰제로 인해서 불법 하도급이 늘어나고 타설 팀장들이 비용 절감하느라고 인원수 적게 들어가고…"

"28일 동안은 거푸집 존치하고 해체해서는 안 되는데, 그 기간을 턱없이 부족하게. 건설현장에 당연시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고를 막기 위한 현장 점검 체계가 무너져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건설노동자들은 감독 기관과 시공사 간 짜고 치는 식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현장점검'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법적으로 규정된 감리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시공사가 제대로 시공하는지 매뉴얼대로 하는지 안전 수칙 지키는지 관리하고 감독하는 게 바로 감리제도입니다. 만약에 문제가 있다면 관할 구청에 공사 중지 명령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셋 중에서 하나만이라도 정신 차리면 사고가 안 납니다."

불법 관행을 뿌리 뽑고 관리·감독 체계가 실효적으로 정비되지 않는 이상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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