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 - '데뷔 15년차' 이희진의 성장통... '배우가 되다'

  • 5년 전
단발머리에 화려한 의상을 입고 도도하게 대사를 날린다. 극중 주인공과는 사사건건 부딪히는 밉상 캐릭터지만 주인공에게 밀리고 당하는 귀여운 '허당끼' 어린 모습도 보인다.

배우 이희진(32)이 최근 브라운관에서 보여준 캐릭터는 그녀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드라마 '내사랑 나비부인'을 통해 이희진은 요즘 10년 무명시절 끝에 톱스타가 된 '연지연'으로 살아가고 있다. 첫 회부터 짧은 분량이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그녀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이희진이란 배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베이비복스 1집이 완전 망했어요. 사람들에게 알려진 건 2집(야야야)이에요. 저희가 데뷔 후 바로 뜬 게 아니라서 '헝그리' 정신이 박혀있거든요. 그래서인지 무명설움을 갖고 있는 '연지연'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희진은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던 걸 그룹 '베이비 복스' 출신이다. 가요계 여전사라 불리며 10년 넘게 정상의 자리에 있었지만 팀 해체 후엔 그녀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음의 상처는 물론 연예계 생활 자체가 흔들리던 이희진에게 돌파구는 대학로 공연이었다. 그녀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연극 '몽키' '애자' 등을 거쳐 안방극장에 입문했다. 처음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0년 드라마 '괜찮아 아빠딸'을 통해서다. 가수 출신 연기자로 처음 정극 연기를 시도한 그녀에게 연기력 논란도 혹평도 없었다. 오히려 깊이 있는 내면연기에 호평이 쏟아졌고, 신인배우 이희진으로 새롭게 부각됐다.

"가수 출신 연기자라면 아직도 선입견을 갖고 보세요. 물론 연기만 전문으로 하고 처음부터 연기를 시작한 배우들에게 가수 출신 연기자, 가수 겸 연기자는 솔직히 민폐죠. 어찌 보면 낙하산 같은 거잖아요. 저도 베이비 복스였다는 이유로 공연이나 연기하는데 도움 받은 적 있거든요. 중요한 건 마음가짐 같아요. 연기를 하고자하는 진실 된 마음. 그리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면 잘 봐주시지 않을까요."

요즘 연예계에 가수 출신 연기자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속했던 그룹 '베이비 복스'는 좀 특별하다. 같은 팀 멤버였던 윤은혜와 심은진이 먼저 배우 전향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동생들이 먼저 연기력을 인정받아 배우로 거듭나는 동안 이희진은 조바심 내기 보다는 천천히 연기내공을 쌓았다.

"(윤)은혜가 제일 먼저 연기자로 성공했고, 그 다음이 (심)은진이에요. 둘 다 연기를 잘해 호평을 얻고 배우로 인정받았죠. 그래서인지 제가 연기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다들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컸던 것 같아요. 두 친구가 워낙 잘해줘서 저도 잘할 것 같다고 느낀거죠. 정말 부담됐어요.솔직히 동생들보다 늦게 시작한만큼 뒤처지기 보다 그 이상으로 잘하고 싶어요."

18세 소녀가 어느덧 서른이 넘는 여인이 됐고, 가수에서 배우가 됐다. 연예계 데뷔 15년 차지만 배우로서는 아직 신인이다. 노래가 아닌 연기를 하기까지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수 십 차례. 이제서야 그녀 이름 앞에 '배우'라는 타이틀이 붙기 시작했다.

"연기를 하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최고의 연기, 최고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연기는 역시 캐릭터로 말하는 것 같아요. 꼭 주연이 아니더라도 조연이든 조조연이든 제가 맡은 캐릭터를 정말 잘 표현해서 나중에 그 캐릭터 하면 '이희진' 하고 기억에 남을 정도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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