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묻지 마' 폭행…"일자리 뺏어간다"

  • 5년 전
◀ 앵커 ▶

미얀마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 한 명이 지나가던 한국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습니다.

폭행한 남성은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는데,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상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5일 저녁, 인천 부평구의 한 골목길입니다.

한 남성이 주먹을 마구 휘두릅니다.

맞고 있는 남성은 대들지 않은 채 피하기만 할 뿐입니다.

가해 남성은 잔뜩 화가 난 듯 발길질까지 합니다.

주변 사람이 말려보지만 폭행을 멈추지 않습니다.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는 순간엔 욕설을 퍼붓습니다.

[가해 남성]
"야, 이 XXX. XX 까자. 개XX"

피해 남성은 미얀마에서 온 35살 팻승 씨, 신학을 공부하며 9년째 한국에 거주해온 유학생입니다.

팻승 씨를 때리고 욕을 한 50대 한국 남성은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가해 남성]
"대한민국 사람 아니야. 이거 다 불법체류자라니까."

폭행이 벌어진 건 팻승 씨가 가게에 들러 식료품을 사서 나온 직후였습니다.

함께 온 지인이 가게 앞에 차량을 세우려는데, 지나가던 이 한국 남성이 시비를 걸었다는 겁니다.

[팻승/미얀마 유학생]
"'무슨 문제인지 말하세요' 하니까, '외국인 맞지', '불법 개XX들 다 추방하라'고. 그래서 갑자기 세게 주먹으로 맞은 거예요."

그때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무차별 폭행이 시작됐습니다.

[목격자]
"그냥 계속 맞고만 있는거야 안 때리고. 너무 착해서 맞고 있는데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이 미얀마인 남성은 이곳에 있는 자신의 차량 앞에서 무려 십 여 대를 맞았습니다.

가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고 진술하면서,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불만을 함께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해 남성은 평소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외국인 혐오 범죄로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혜실/이주민방송 대표]
"자신이 생각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불편한 증오와 혐오의 생각을 폭력으로 드러낸 거죠. 말과 함께."

인천 부평경찰서는 가해 남성을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팻승 씨를 불러 조사했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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