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지 않아서"…노동자 울리는 '황당한 경위서'

  • 5년 전
◀ 앵커 ▶

직장에서 경위서나 시말서 써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일부 사업장에선 업무상 문제점이 아닌 "인사를 안 한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부터 "한 번 더 그러면 퇴사하겠다"는 반성까지 적으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임상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주, 병원 청소노동자들이 관리자의 갑질을 고발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갑질 중에는 툭 하면 경위서를 쓰라고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안수빈/청소노조 고대안암병원 분회장]
"소장은 밥 먹으러 1분만 먼저 가면, 경위서를 쓰라고 강요했고 지금은 먼지만 조금 있으면 경위서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 해당 병원 청소 노동자인 오 모 씨는 1분 일찍 일을 마쳤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써야 했습니다.

[오 모 씨/청소노동자]
"퇴근할 때 (병동에서) 1분 빨리 내려왔다고. 4시 넘어 왔는데 자기 말로는 4시 못 돼서 왔다고 시말서 쓰라고 하도 그래서 그날 걸린 사람이 엄청 많아요."

경위서 내용을, 관리자가 불러주는 대로 쓴 경우도 있습니다.

[김 모 씨/청소노동자]
"자기가 불러주겠다, 그래서 불러주는 대로 써서·· 몸이 떨려서 글씨를 어떻게 썼는지도 몰라요. '또 한 번 지저분하다고 지적을 당할 때에는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된다'(라고 썼어요.)"

직장갑질119에는 '상사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서' '동료 컴퓨터를 대신 켜줘서'와 같은 황당한 이유로 경위서를 썼다는 신고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최혜인/직장갑질119 노무사]
"업무상 실수나 회사 규정을 위반한 것과 무관하기 때문에, 그런 내용으로 경위서를 작성할 이유는 없습니다. 무차별적으로 경위서 작성을 강요하는 거는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경위서에는 육하원칙에 따른 사실관계만 드러나면 될 뿐, 사과나 반성을 쓰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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