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만의 상봉…'이산가족' 방북단 2박 3일 일정 시작
  • 6년 전

◀ 앵커 ▶

말씀드렸듯이 오늘(20일) 오후가 되면 89, 이산가족들이 생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혈육들과 만나게 됩니다.

60여 년 만의 이산가족상봉이죠.

이들의 사연을 오현석 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 리포트 ▶

92살 이금성 할머니가 적십자사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집결지에 도착했습니다.

거동이 쉽지 않지만 이 할머니는 67년 전 피난길에 헤어진 네살박이 아들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버텨왔습니다.

엄마 없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이미 노년이 돼버린 아들 생각에 마음이 미어집니다.

[이금섬/92살]
"살았는지 죽었는지 그저 그랬는데. 소식을 들으니까, 살았구나…어떻게 컸을까. 71살 될 동안 어떻게 키웠을까."

89살 유관식 할아버지는 마음속으로만 그렸던 딸과 만나게 됩니다.

유 할아버지는 1.4 후퇴 때 임신한 아내와 헤어졌고, 딸은 아직 태어나기도 전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얼굴조차 상상할 수 없는 딸에게 평생 주지 못했던 사랑을 선물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유관식/89살]
"가방에 하나 가득 넣어왔어요. 우리 아버지가 이만큼 날 사랑하는구나 (느낄 수 있게…)"

이산가족 방북단은 65년 넘게 헤어져 있던 가족들을 위한 저마다의 선물 보따리도 준비했습니다.

가방 안에 든 것은 소소한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의약품들.

"이것은 구충제가 많이 필요하다고 해서, 구충제를 오늘 아침에 스무 개나 사서…"

상봉의 기쁨이 가득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산가족들도 있습니다.

조카를 만나러 가는 이춘애 할머니는 이번 상봉 준비 과정에서 어머니와 형제의 사망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춘애/91살]
"홀로 우리 남매를 키우셨거든요. 기가 막힌 우리 어머니…내가 아무런 효도를 못하고. 생신도 한번 못 차려 드리고…"

MBC뉴스 오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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