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정보가 가해자에게?…주소는 물론 주민번호까지

  • 6년 전

◀ 앵커 ▶

성폭력 사건의 경우 수사나 형사 재판에서 피해자의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이뤄집니다.

보복 범죄나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성폭력 관련 사건이어도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주소는 물론 주민번호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합니다.

이지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된 남성들로부터 몇 달 동안 음란 메시지 공세에 시달린 이 여성은 이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받은 문서에는 자신의 이름과 주소는 물론 13자리 주민등록번호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
"이게 피고한테도 똑같이 주소가 다 기재돼서 송달됐냐고 물어보니까 법원에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SNS ID만 알고 있었는데, 재판으로 이름과 사는 곳까지 알려졌습니다.

[피해자]
"가해자들이 집으로 찾아와서 보복할까봐…(아파트)동·호수까지 기재한 것도 전혀 납득이 안 가요."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에 대해 성폭력 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낸 이 여성.

배우인 자신의 개인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는 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이윤택 사건 피해자]
"저희 배우생활 하는데도 그다음에 공연할 때 '사람들이 날 어떻게 바라볼까' 라는 두려움이 생기고 캐스팅에도 또…."

현행법상 형사소송 때는 재판장이 피해자의 이름 같은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조치를 할 수 있지만 민사소송에는 이런 규정이 없습니다.

법원은 민사 판결을 받은 뒤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원고가 특정돼야 한다며 신상노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올해 초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할 때 개인 정보를 법원에만 내고, 가해자에게는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MBC뉴스 이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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