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에 병드는 간호사…"벌 서는 건 일상"

  • 9개월 전
'태움'에 병드는 간호사…"벌 서는 건 일상"

[앵커]

신입 간호사의 '영혼을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고 해서 '태움'이라고 하죠.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으로 태움이 공론화된 지 5년이 넘었는데요.

이에 대한 사회적 지탄과 정부의 개선 대책이 있었지만, 여전히 현장에 만연한 이유를 홍서현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4년차 간호사 A씨와 동료들은 환자 앞에서 벌을 서는 게 일상입니다.

"복도 한가운데 세워놓고 간호사의 윤리 다 말해봐라… 환자가 다 정신이 있고 멘탈이 있는데 환자 앞에서 혼낸다든지…."

신고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저를 괴롭히셨던 분은 '나는 신고하면 더 괴롭혀'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거든요."

이미 말 그대로 타 버린 중견 간호사 B씨는 아직도 괴롭힘을 당하는 후배들을 봅니다.

"커피 잘못 탄 애한테 이제 심근경색 환자 맡겨버리고, '쟤 왜 가만히 있냐, 환자 죽네' 약간 이런 식으로 농담 농담하면서…."

상반기 건강보험공단 인권침해상담센터를 찾은 사람 10명 중 7명은 간호사였습니다.

태움이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인력 부족입니다.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4.6명으로, 경제협력 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절반을 좀 넘는 수준입니다.

"신규 간호사를 트레이닝 시켜서 충분히 환자를 볼 수 있게 할 수 있는 시간 확보를 하기 위한 인력이 없기 때문에…."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입니다.

고위험 업무에 미숙한 신입의 투약 사고로 환자가 사망 위험에 처하자 이를 감추려 응급실 환자를 중환자실로 보낸 일까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옵니다.

"고위험 약물들이 있는데 그걸 주입하면 약물로 잠깐 버티는 경우가 있어요. '어머님 중환자실 올라가자마자 돌아가셨어요' 이렇게 설명하면 보호자는 사실 할 말이 없거든요."

의무적 적정인력 기준 마련을 통한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연합뉴스TV 홍서현입니다. (hs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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