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쇠오리를 지켜라…마라도 터줏대감 길고양이 반출

  • 작년
뿔쇠오리를 지켜라…마라도 터줏대감 길고양이 반출

[앵커]

뿔쇠오리라는 철새가 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많지 않은 새인데요.

이 새들이 산란을 위해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를 찾아오곤 합니다.

하지만 마라도에는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이 고양이들이 뿔쇠오리 등 야생조류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재청을 비롯해 제주 세계유산본부 등은 천연기념물을 지키기 위해 마라도 길고양이 반출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현장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이호진 기자.

[기자]

네,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 마라도에 나와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은 마라도 동북쪽 등대 인근인데요.

지난 24일 이곳 근처에서 천연기념물인 뿔쇠오리 사체 4구가 발견됐습니다.

이 귀한 철새를 죽인 범인으로 지목된 건 다름 아닌 고양이입니다.

사체가 발견됐을 당시 흔적이 날개 부분과 가슴뼈, 다리 일부만 남겨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는 고양이가 조류를 잡아먹을 때 날개와 가슴뼈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먹는 습성과 같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바빠졌는데요.

전 세계적으로도 개체 수가 5,000에서 6,0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뿔쇠오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정한 게 마라도에서 길고양이를 반출시키는 방법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와 문화재청 등은 회의를 거쳐, 오늘(27일)부터 마라도에서 길고양이를 반출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앵커]

뿔쇠오리가 얼마나 중요한 새이길래 마라도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 반출을 결정한 건가요?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이고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할 정도로 멸종위기 조류입니다.

보통 2월 중순을 전후해 마라도로 들어오는 철새로, 마라도에서 산란해 태어난 개체는 다시 마라도를 찾는 습성이 있습니다.

제가 아침부터 마라도에 들어와 살펴보고 있는데, 아직 뿔쇠오리를 보진 못했습니다.

뿔쇠오리는 습성상 주간에는 바다 위에 떠서 먹이활동을 하고 해가 지고 난 뒤에 둥지로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형 조류에 해당해서 천적들을 피하기 위해 절벽과 암석 등에 둥지를 꾸미고 산란을 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여름에는 머리깃이 뿔처럼 위로 뻗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문제는 이 뿔쇠오리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길고양이 뿐만 아니라 바다 위에서 주로 생활을 하다 보니 어구 등에 걸리기도 하고, 천적을 피해 무인도 등에서 산란을 하는데 인간의 개발 활동 등으로 산란지도 점차 줄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제적으로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취약종으로 등재돼 있습니다.

[앵커]

뿔쇠오리를 지키는 것도 좋은데 길고양이가 마라도에 들어와 살게 된 이유도 있을 거고, 단순하게 반출하면 된다 생각할 순 없는 문제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가 오늘 오전부터 마라도에 들어와 섬을 쭉 둘러봤는데요.

갯바위며,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 등에서 어렵지 않게 길고양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길고양이들이 원래 마라도에서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이 고양이들은 마라도에 쥐가 들끓으면서 쥐 소탕의 임무를 안고 마라도로 이사를 오게 됐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주민들과 고양이가 공존하며 살아왔던 겁니다.

그래서 주민들도 당국에 당부한 사안이 있습니다.

반출은 하되 고양이의 안전과 건강을 반드시 지켜줘야한다는 점입니다.

제주 세계유산본부도 마라도의 길고양이, 전부를 반출하기 보다는 개체 수를 조절해 뿔쇠오리도 살리고, 길고양이도 공존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사실상 생태계의 문제이지만, 앞서 전해주신 것처럼 마라도에 살고 계시는 주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해 보이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상 지난 24일 뿔쇠오리 사체가 발견된 뒤로 이 일이 이슈화되면서 주민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제가 만나본 주민들 대부분이 뿔쇠오리를 지켜야한다는 의견에는 동의를 했습니다.

특히 길고양이가 문제라면 고양이 반출도 찬성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을 제외하고 뿔쇠오리만, 또 한편에서는 고양이의 동물권만 논의는 맞지 않다는 겁니다.

주민도, 뿔쇠오리도, 또 길고양이도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마라도가 될 수 있기를 희망했는데요.

그래서 주민들 일부는 길고양이를 입양해 책임감을 갖고 키우고, 반출되는 길고양이도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안락사 등이 아닌 마라도 밖에서 생활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쥐가 다시 들끓을 수 있기에 당국에서 쥐 방재 등에도 신경써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지금까지 마라도에서 연합뉴스TV 이호진입니다. (ji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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