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보다]‘독’이 된 쌍둥이 자매의 해명에 논란 증폭
  • 3년 전


하던 일을 도중에 그만둘 때 '포기'라는 단어를 씁니다.

그런데 포기 대상이 사람이었을 때는, 어떤 일 때문에 사람을 포기까지 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이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선수등록을 최종 포기했습니다.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지 4개월.

쌍둥이 자매는 뒤늦게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21가지에 달하는 학교폭력 의혹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됐던 '흉기협박' 부분에 대해선 "배구부 동료에게 흉기를 든 건 맞지만, 휘두른 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학교폭력의 '공소시효'는 지났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해명을 보며 또 한번 상처를 입었을 피해자들에겐 공소시효라는 건 없을 겁니다.

Q1.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배구선수 얘깁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해명을 두고 더 큰 논란이 일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이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 2월입니다.

피해자들이 올린 폭로글에는 쌍둥이 자매가 배구부원들을 수시로 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것은 물론이고, 특히나 "쌍둥이 자매가 심부름을 시켰는데 거부하자 흉기로 협박을 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평생 자숙하며 살겠다"면서 자필사과문까지 냈던 쌍둥이 자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해자들의 주장이 과장됐다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이다영 / 배구선수(지난달 30일 kBS 인터뷰)]
"어렸을 때 제가 흉기를 대서 목을 찔렀다, 피가 났다, 벽에 했다…그런 일은 전혀 없었던 사실이고, 흉기를 들고 욕을 한 것뿐이거든요."

그러니까, 이다영 선수의 주장은 화가 나서 흉기를 든 적은 있지만, 휘두르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이 발언을 두고 인터넷 상에선 "흉기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이 느꼈을 공포는 생각하지 못하냐"는 등의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Q2. 흉기를 들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텐데, 왜 갑자기 이런 해명을 한 걸까요?

흉기를 소지한 채 누군가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협박죄'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25살인 쌍둥이 자매가 중·고등학교 재학 당시 저지른 일이라고 하면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런 해명을 내놓은 이유, 전문가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분명히 자매들은 배구계로 돌아오고 싶겠죠. 피해자가 말한 정도보다는 낮은 정도의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모든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그만큼 비난받아야 하는, 영구제명돼야 하는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피해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습니다.

[정혁진 / 변호사]
"자신들도 잘못했지만, 자기들도 명예의 훼손이 있었다는 부분을 주장하면서… 피해자들도 잘 한 게 없고 나도 피해입은 부분이 있으니까 적당하게 조정하자는 취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Q3. 오히려 자신들이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건데, 그럼 사건이 터졌을 땐 왜 자필사과문을 썼던 건까요?

소속팀이었던 흥국생명 측이 "21가지 의혹 중 하나라도 맞으면 무조건 사과문을 써야 한다"며 강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영 / 배구선수(지난달 30일 KBS 인터뷰)]
"(사과문) 문구도 어떻게 써야하는지 글귀도 다 보내줘서 그대로 받아적어서 썼거든요. 그렇게 해야 빨리 무마가 된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들의 복귀를 추진하던 흥국생명은 결국 선수등록을 최종 포기했습니다.

흥국생명은 지난해에 이재영과 18억원, 이다영과 12억원에 3년 계약을 맺었는데, 1년 만에 선수들의 권리를 포기한 겁니다.

김연경 선수와의 불화설에 대한 질문에 "그 얘긴 나중에 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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