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판박이'…'위험의 외주화' 달라진 게 없다

  • 4년 전
◀ 앵커 ▶

유증기를 일으키는 한쪽에서 용접을 진행하는, 두 개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하는 건 결국, 공사 시간과 돈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2008년 마흔 명의 사망자가 발생 했던, '이천 냉동 창고 화재'를 비롯해서 대형 화재 사건에서 이미 여러번 경험한 건데요,

대체 왜 계속 반복되고 있는건지 김성현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12년 전 그 날도 불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빨랐습니다.

세 번의 폭발과 함께 창고는 삽시간에 불바다, 시커먼 연기 기둥에 갇힌 노동자들은 쉽게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신종훈/2008년 1월 당시 경기소방본부]
"인력시장에서 하청업체 사람들이 데리고 왔기 때문에 투입된 인원이 차이가 나고 있고.."

사람 값만 싼 게 아니었습니다.

한 번 불 붙으면 유독가스를 풀풀 내뿜지만 그저 싼 값에 우레탄폼을 발랐고,

개장일이 임박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그 옆에서 불티가 튀는 용접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안상철/당시 이천소방서장]
"프레온 가스, 일부 신나도 있고...우레탄 폼이 일시에 가스로 누출되면서 연소가 급격히 진행된 것으로.."

40명의 생목숨이 사라지고 여론이 빗발치자 당시 현장을 찾은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은 앞 다퉈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겨우 재판에 넘겨진 원청업체 대표와 현장소장마저 집행유예로 풀려나, 솜방망이 처벌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고 김용균 씨의 희생으로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안이 통과됐지만 이번에 불이 난 물류창고 건설업종은 이마저도 피해갔습니다.

12년 전 참사 당시, '이윤 체제가 만들어 낸 생지옥'이란 노동자들의 절규는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글자도 달라지지 않고 반복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영상편집: 양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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