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억 쌓아놓고…대구 저소득층 쿠폰도 '뭉그적'

  • 4년 전
◀ 앵커 ▶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에게 정부는 선불카드 등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들은 지난 1일부터 이미 지급 중인데 가장 큰 피해를 본 대구시는 지급을 미루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카드 제작 업체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는데요.

확인해 봤더니 거짓말이었습니다.

양관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대구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A씨 가족은 원래 오는 14일 선불카드와 온누리상품권으로 88만 원을 받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사무소로부터 지급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A씨가 받을 88만 원은, 보건복지부가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저소득층에게 주는 소비쿠폰.

전액 국비로 지원됩니다.

이 소비쿠폰은 지난 1일부터 지급이 시작돼,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229곳 가운데 99곳이 배부 중입니다.

대구시도 지난 6일부터 지급하기로 했었는데, 무슨 일인지 지급을 않고 있는 겁니다.

대구시가 이 사업으로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예산은 620억 원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 예산이 한 푼도 쓰이지 않고 대구시와 8개 구군 금고에 쌓여있는 셈입니다.

대구시는 처음엔 카드 제작업체 일정 때문에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카드제작 업체 관계자]
"저희가 배부를 안 하는 게 아니고요. 대구는 지금 카드가 거의 다 (제작)됐는데요. 대구시에서 홀딩(보류)을 해달라고 하셔서…"

취재진이 다시 확인하자, 대구시는 이번엔 카드 제작업체의 경영상태 때문이라고 해명합니다.

[정한교/대구시 복지정책관]
"현재 그 회사가 주식이 거래 정지된 상태입니다.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저희 구·군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보증보험을 가입한 후에…"

그러나 같은 업체와 거래한 부산시와 울산시 등은 이미 선불카드를 납품받았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온누리 상품권을 사서라도 빨리 주라고 하는 입장이고요. 행정안전부라든지 관련 기재부 확인 다 해서 그렇게 할 수 있다, 열어주고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안 하는 걸 저희들이…"

대구에서 소비쿠폰을 기다리고 있는 저소득층은 17만 명.

의료진 수당, 그리고 소독업체와 도시락업체 대금에 이어 저소득층 소비쿠폰마저 늑장 지급하는 대구시.

이럴 거면 코로나 사태 초기에 뭣 때문에 정부에 신속한 지원을 요청한 건지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양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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