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 속에서 숨쉬는 아들…"소식 듣고 싶어요"

  • 4년 전
◀ 앵커 ▶

한국 여학생의 장기를 기증받은 미국인이 오늘 여학생의 부모와 감격스런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냥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건데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장기기증을 하는 경우 이런 만남이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이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조심스럽게 행사장 안으로 입장하는 미국인 23살 킴벌리와 어머니.

단상 앞에선 이선경씨 부부를 보자마자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역만리 먼 곳에 사는 이들을 서로 엮어준 건, 이선경씨 부부의 딸 유나씨였습니다.

미국 유학중이었던 유나씨는 4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어머니 이씨는 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고, 미국인 6명이 유나씨의 장기를 이식받았습니다.

킴벌리는 유나 씨의 왼쪽 신장과 췌장으로 새생명을 얻었습니다.

[킴벌리/故김유나 장기 이식자]
"유나 씨가 준 생명의 선물 덕분에 제가 더 건강한 새 삶을 살 수 있었어요."

이 씨는 킴벌리에게 미안해하지 말라며 더 행복해지라고 기원했습니다.

[이선경/故김유나씨 어머니]
"유나가 남기고 간 선물은 대가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혹시 보답하겠다면 어렵게 회복한 건강을 잘 지키고 행복하게 살아가세요."

그런 킴벌리와 유나씨 가족의 상봉을 눈물로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9년전 33살이던 아들을 뇌출혈로 떠나보낸 어머니 장부순씹니다.

당시 장씨는 뇌사상태에 빠진 아들의 장기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장부순/장기 기증자 유가족]
"장기기증을 하면 내 아이가 이 세상에 살아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아들이) 수십 명의 생명을 살리고 갔다고 나왔더라고요."

장씨는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습니다.

[장부순/장기 기증자 유가족]
"그분들이 건강하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기증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어떤 보람도 느끼고, 우리 아이도 기뻐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나라 장기기증법은 금전적인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유가족과 이식받은 사람이 서로 알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씨는 이식받은 사람들을 위해 매년 병원을 찾아 50만원을 기부하는 걸로 허전함을 달랩니다.

[장부순/장기 기증자 유가족]
"이식인들도 면역 약을 먹어야 한대요. 평생. 저는 처음으로 그때 알았거든요. 많은 돈은 아니지만 조금을 보내면서도 환자들을 위해서 써달라고…"

반면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유가족과 이식인이 서로 동의할 경우 편지를 보내거나 만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주소나 이름 같은 개인정보를 삭제한 채 감사를 표하거나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내도록 장기기증 기관이 중재하는 겁니다.

킴벌리와 유나씨의 부모님도 이런 방식을 통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들의 심장을 이식받은 여성이 기증자 부모에게 심장소리를 들려주고, 심장을 기증받은 남성이 기증자 딸의 결혼식날 아버지 대신 참석하는 모습.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유가족들 희망합니다.

[장부순/장기 기증자 유가족]
"내 아이를 대신해서 어느 땅에선가 살아가시고 있을 이식인 분. 당신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여러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주세요."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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