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쫓아와 위협해도…성폭행 안 했으면 '주거침입'?

  • 4년 전
◀ 앵커 ▶

혼자 사는 여성을 집까지 몰래 뒤따라가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범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성범죄 의도가 의심되지만 대부분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되고 있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아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10월 밤, 대전의 한 아파트에 사는 여고생이 집으로 들어섭니다.

그런데, 10분 뒤 한 20대 남성이 이 현관문 앞에 나타나 비밀번호를 마구 눌러댑니다.

이 남성은 열흘 전쯤, 길을 잃은 이 여고생을 우연히 만나 아파트 입구까지 데려다 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여고생은 정확한 동과 호수를 알려주지 않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이 남성이 집까지 몰래 찾아온 겁니다.

[피해 여고생]
"엄청 무서웠죠. 다음 날에 학교 가지말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하지만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아파트 4층에 올라갔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이 남성에겐 '단순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됐습니다.

지난 9월 새벽, 서울 신림동에선 한 30대 남성이 귀갓길의 여성을 쫓아가 공동 현관문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도 경찰이 적용한 혐의는 또 주거침입이었습니다.

이 남성이 대화를 시도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진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법원의 판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월, 신림동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문 앞까지 따라간 30대 남성은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선 '주거 침입 혐의'만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성폭행을 실행에 옮긴 게 인정돼야 미수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단순 주거 침입으로 보기 어려운 위협 행위마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처벌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여성이 느끼는 공포와 후유증을 고려해 성폭행의 실행 여부를 좀 더 넓게 해석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고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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