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손님이었는데"…눈칫밥 먹는 독수리
  • 4년 전
◀ 앵커 ▶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독수리가 우리나라 주요 월동지인 경남 고성을 찾아 겨울 나기에 들어갔는데요.

원래 겨울 진객으로 대접받던 독수리이지만, 올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고 합니다.

부정석 기자입니다.

◀ 리포트 ▶

3미터 넘는 날개를 편 하늘의 제왕 독수리가 먹이 찾기 비행에 나섰습니다.

논 위에 뿌려놓은 먹이 300킬로그램을 발견하더니, 불과 20여 분 만에 흔적도 없이 먹어치웁니다.

400여 마리의 독수리가 찾아온 경남 고성은 김해, 경기도 파주와 함께 우리나라의 주요 독수리 월동집니다.

체험 학습에 나선 학생들은 처음 본 독수리가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다인/진주 관봉초 2학년]
"동화 속에서는 많이 무섭고 사나운 동물이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약하고 겁쟁이 같았어요."

매년 독수리가 오면 지자체나 동물보호 단체들이 먹이를 주곤 했지만, 올해엔 분위기가 다릅니다.

가축 사육 농가들의 반대 때문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 AI 바이러스가 철새를 통해 유입되는데다, 동물 사체를 주로 먹는 독수리가 돼지열병 발병지인 파주 쪽을 거쳐 오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독수리 먹이주기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고, 조류보호협회는 먹이는 주되 위생복을 입고 소독판을 설치하는 등 방역활동을 강화했습니다.

[김덕성/조류보호협회 경남고성지회장]
"죽은 사체를 먹는 동물인 독수리가 작은 먹이라도 주지 않게 되면 대부분 옛날 습관적으로 각 축산 농가에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귀한 손님 대접을 받고 돌아갔던 독수리가, 이번엔 눈칫밥을 먹으며 배고픈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MBC뉴스 부정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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