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얼굴 가린 이상득, 3시간 만에 귀가 "혐의 부인"

  • 5년 전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의 친 형으로서 '만사형통'으로까지 불렸던 이상득 전 의원이 26일 검찰에 출석했다. 건강 상 문제로 3시간 만에 조사를 마친 그는 혐의를 부인했다. 수사의 종착지를 향해 가속도를 내던 검찰의 드라이브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앞에 구급차를 타고 도착했다. 조사를 이틀 앞두고 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주위의 도움으로 휠체어로 갈아타고 조사실로 향했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목도리로 얼굴 반쯤을 가린 이 전 의원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도 눈을 질끈 감은 채 묵묵부답이었다. 이 전 의원 측은 "한 쪽 눈은 실명 했고 다른 한 쪽은 거의 안 보이다시피 해서 잔 하나 들 수 없는 몸"이라고 검찰 조사에 강한 억울함을 나타냈다.

검찰 조사는 겨우 3시간에 불과했다. 이 전 의원이 건강 상 이유로 조사를 받기 힘들다고 했기 때문이다. 검찰 측은 이 전 의원이 제기된 혐의 자체를 부인하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현 상황에서는 조사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일단 귀가시켰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오후 2시 15분쯤 역시 휠체어에 몸을 맡긴 상태로 나왔다. 여기서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돈을 받았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냐"부터 "건강이 많이 안 좋은가"에 이르기까지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축을 받아 구급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몸이 불편한 듯 신음소리를 낸 게 전부였다.

검찰은 일단 이 전 의원을 귀가시키고 향후 소환 조사 일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소환 역시 앞서 한 번 미뤄진 일정이었다. 검찰의 수사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12일 'MB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3명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 불과 열흘 만에 이 전 대통령의 친형까지 도달했지만 고령에 건강 문제까지 호소하는 이 전 의원의 수사는 순조롭지 않아 보인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