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남자의 데이트코스] 안국동 '감고당 길' 깨알 분석

  • 5년 전
서울 안국동의 '감고당' 길. 이름이 생소하다. 서울 토박이라도 이 '길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연인이 함께 천천히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데이트 코스'로서의 감고당 길을 두 남자가 '깨알'같이 분석하고 왔다.

감고당 길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예쁘게 이어지는 돌담 때문이다. 서울의 돌담이라면 덕수궁이 유명하지만 덕수궁돌담길이 조금은 딱딱한 느낌이 있는 반면 감고당 돌담길은 부드러운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길 중간에 핀 꽃을 보면서 초록 가로수길을 걸으면 마음이 상쾌해진다. 감고당 길 우측으로 좁게 뻗은 골목길에선 연인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이들이 많다.

감고당길과 정독도서관이 만나는 사거리에는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트선재센터'가 있다. 이곳 지하 1층에 있는 '시네코드 선재'에서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화려하거나 거창하진 않지만, 작은 소극장에서 독립영화의 소소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영화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영화관에서 발행하는 쿠폰에 도장을 찍으면 10번째 관람이 무료.

아트선재센터 대각선으로 맞으편 언덕에는 삼청동 데이트 단골 코스인 정독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정독도서관은 경기고등학교가 이전하면 남은 터에 지어진 곳으로 운동장에 꾸며진 정원이 인상적이다. 다리쉼을 하고 싶을 때 정원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는 것도 좋겠다.
이화익갤러리 맞은편 골목에 즉석 떡볶이집 '먹쉬돈나'가 자리하고 있다. 허름한 겉보기와 달리 이곳은 '착한' 가격과 훌륭한 맛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곳이다. 이름이 '먹고-쉬고-돈내고-나가'란 의미라는 이 가게는 식사시간이면 평일이나 주말 할 것 없이 줄을 서야 하니 인내는 필수다. 가격은 2인 기준 1만 2천원이면 충분하다.

감고당길 삼거리에서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우측으로 '대박 신화'의 주인공인 '삼청동 호떡'을 맛볼 수 있다. 납작하다는 편견을 깬 이 곳의 호떡은 두툼하고 부드럽다. 꿀호떡과 함께 야채 호떡을 간장 소스에 발라먹는 것이 색다른데 야채 호떡 맛이 꼭 튀김옷이 얇은 고로케를 먹는 듯 했다. 가격도 개당 천원으로 부담이 없다. 단 주말이나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줄을 서야 한다. 주인은 "배가 고프면 야채 호떡을 먼저, 후식은 꿀호떡을 먼저" 먹으라고 귀띔해 줬다.

호떡집 바로 옆에 당당히 이름을 내건 '라면 땡기는 날'도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이곳 옛 한옥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로 고객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주인 '경춘자' 할머니가 직접 만든 양념을 넣어 뚝배기에 끓여 내는 라면은 그야말로 '라면이상'의 맛을 낸다. 벽에 적힌 낙서들도 재미있다. 가격은 한 그릇에 3,500원 정도.

끝으로 두 남자는 감고당길에 숨겨진 카페 갤러리 '히든 스페이스(hidden SPACE)'를 추천한다. 감고당길에서 괜찮은 커피숍을 찾아 길 주변을 서성이다가 'hidden SPACE'라는 푯말을 보고 좁은 골목을 따라 찾아갔다. 그러자 예술작품과 함께 차를 즐길 수 있는 한옥 갤러리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정원과 함게 사랑방에 마련된 상설 전시관에서는 수공예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곳의 특징은 주문한 차를 수공예품에 담아 서비스한다는 것이다. 찻잔에서부터 의자까지 모두 예술가들이 만든 수공예품이다. 전시된 작품을 만져 볼 수 있는 것도 히든 스페이스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구매도 가능하다. [내레이션 : 강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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