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못 한 친일 그림자…대대손손 물려준 '공공극장'

  • 5년 전
◀ 앵커 ▶

서울 남산은 경사스럽다는 뜻의 인경산으로 부를 정도로 우리 조상들에겐 신성했습니다.

일제는 그런 남산의 맥을 끊겠다면서 여러 건물을 짓는데 일본식 신사인 조선 신궁, 통감 관저, 그리고 조선총독부까지.

그런데 최근 이 조선총독부의 건물터를 두고 시끄럽습니다.

친일 인사 유치진이 해방 이후, 정부로부터 이 땅을 불하받아서 지금의 남산 예술센터를 지었는데 그 불하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박소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962년 건립된 남산예술센터입니다.

조선총독부가 있던 땅에 세워졌습니다.

한국 연극의 대부 유치진이 설립한 겁니다.

그런데 연극계는 유씨가 당시 국가 소유였던 이 땅을 받는 과정에서 각종 특혜가 있었다며 극장의 사회 환원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기된 의혹들을 살펴봤습니다.

1960년 유치진은 조선총독부 건물 자리를 눈여겨보고 정부 인사들을 찾아다닙니다.

결국, 구황실 재산사무총국장인 오재경과 이항녕 문교부 차관 등의 도움으로 땅을 불하받게 됩니다.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국유재산이 어떠한 공식적 논의도 없이 밀실에서 한 개인에게 넘어간 겁니다.

매매 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당시 국유재산 매매계약서를 보면 매매 대금은 한 달 안에 납부하고, 잔금을 치르기 전엔 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계약 바로 다음날 매매 대금이 남았음에도 정부의 건축 허가가 떨어졌고, 유씨가 매매 대금을 10년 분할 납부하게 해달라 요청하자 이마저도 들어줍니다.

[조시현/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드라마센터 처리와 편의를 봐준 것이 (귀속재산) 처리법 제5조 위반,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하지 않는가.."

게다가 땅에 대한 소유권도 없는 상태에서 유씨는 극장을 내세워 사학재단을 설립합니다.

재단과 학교는 유치진의 후손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미도/연극인 비상대책회의]
"드라마센터라는 건물 하나가 현재 서울예술대학을 이렇게 만들어주는 종잣돈 역할을 했다..."

[조시현/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총독부라고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친일의 본당 아니겠어요. 그런 것조차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 그것이 우리 역사의 현주소가 아닌가.."

유치진의 친일 행각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극장에 대한 의혹까지 드러나면서 연극계는 극장을 공공재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예술대학 측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토지를 매입했으며, 유치진 일가의 사유재산을 극장 건립비용에 충당했다"고 해명했습니다.

MBC뉴스 박소희입니다.

(영상취재: 황성희 /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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