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없다] 여야 모두 '찬성', 통과는 안 된다?

  • 5년 전

다음 국회의원 선거 일까지 남은 시간은 276일.

하지만 여전히 15,000건 가까운 법안이 이곳 국회에 잠들어 있습니다.

이렇게 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뭔지,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따져보는 시간,

오늘은 여야 모두 찬성한다면서 3년째 통과되지 않고 있는 희한한 법안을 소개합니다.

먼저 이 법이 필요한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전남 여수의 한 소방 안전센터.

70㎢ 가까운 면적을 소방관 두 명이 맡고 있습니다.

[김종성/소방관]
"(향일암에서 다치신 분을 병원까지 이동하려면?)저희 센터에서 향일암까지 20~30분이 소요되고, 향일암에서 가장 가까운 인근 병원이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3인1조가 원칙인 구급 출동도 둘이서 감당해야 합니다.

[김민/소방관]
"얼마 전에도 심정지 환자가 있었는데, 거기 출동하는 동안에 1km 이내 지역에 뇌진탕 환자가 또 있었습니다. (가까운 다른 안전센터는 얼마나 떨어져 있어요?) 20km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이 소방서뿐이 아닙니다.

전국 소방안전센터의 출동 인력 현황을 보면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최대 두 배에 가깝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제천 화재 참사 당시에도 처음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은 4명뿐이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대다수 소방관들이 지방직 공무원인 현재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전환하자며 나섰습니다.

[주낙동/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추진단장]
"국가가 안전에 대한 책임성을 더 강화하겠다는 부분하고, 지금 지역간 소방서비스 편차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

지난 2016년 발의됐지만, 3년째 이곳에서 잠들어 있습니다.

지난 4월 강원 산불 피해가 커지면서 다시 논의가 불이 붙었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법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난 4월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회의에 불참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 도중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이채익/자유한국당 의원]
"뭐 하는 거요? 의사 일정 합의도 안 했는데 무슨 회의예요? 소방방재청장, 왜 참석했어!"

패스트트랙을 두고 정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왜 무리하게 회의를 강행했냐는 겁니다.

[이재정/더불어민주당 의원]
"지금부터 몇박 며칠 새도 저는 법안 논의할 생각 있습니다. 이대로 20대 국회 끝내실 겁니까?"

[이채익/자유한국당 의원]
"쇼 되게 하네, 정말."

회의는 멈췄지만, 고성은 계속됩니다.

[이채익/자유한국당 의원]
"회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 대한민국이 무너졌어요."

이날 회의는 이렇게 끝났고, 두 달이 지나서야 법안은 소위를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한국당이 안건 조정을 요청하면서 법안 통과는 다시 길게는 90일까지 미뤄지게 됐습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안건조정을 신청한 한국당 역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찬성한다는 겁니다.

[이채익/자유한국당 의원]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이 부분은 저희 당이 공식적으로 찬성한다고 당대표도 다 말했고…"

그럼 양당 모두 찬성하는 건데, 왜 법이 통과가 되지 않고 있을까요?

먼저 이채익 의원을 만나봤습니다.

[이채익/자유한국당 의원]
"여당의 안은 그야말로 임시방편적인 법안이 아닌가... 지금까지 재정 당국과 여당이 제대로 조율이 안 됐다가 강원도 산불 이후에 갑자기 이슈화했고, 특히 21대 총선의 전리품으로 소방의 국가직화를 추진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민주당의 법안이 미흡하니 더 논의를 하자는 겁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법안을 겨우 협의해놨더니 한국당에서 돌연 원칙론을 주장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이재정/소방직 국가직화 법안 발의 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이익들 그리고 관련 부처의 이익들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조절해내기 위해서 몇 년간의 과정들을 거쳐서 지금의 중재안에 이르게 됐는데요. 다시 원칙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20대 국회에서는 하지말자는 얘기랑 똑같은 거죠."

양 당 모두 찬성하지만 법안 통과는 계속 미뤄지는 역설적인 상황.

이러는 사이 시민들은 여전히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안전을 다르게 보호받고 있습니다.

또 다시 열악한 소방 환경으로 큰 불이 났을 때 제대로 대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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