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주소 정정’ 링크에 속아…3억 8천만 원 증발
  • 8개월 전


[앵커]
택배 문자인줄 알고 무심결에 링크를 눌렀다가 평생 모은 재산을 빼앗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하룻밤새 3억 8천만 원이, 그것도 29차례에 걸쳐 통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김민환 기자입니다.

[기자]
60대 남성 A씨의 통장 입출금 내역입니다.

지난 24일 오후 4시 28분 1억 원이 빠져나간 걸 시작으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29차례에 걸쳐 3억 8천여만 원이 각각 다른 계좌로 이체됐습니다.

이틀 전 "택배 주소가 잘못됐으니 정정하라"는 문자를 받고 첨부된 링크 주소를 누른 게 화근이 됐습니다.

[피해자 A씨 가족]
"(어머니) 약을 주문을 하셨는데 그게 딱 올 때가 돼서 아무런 의구심을 안 가지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문자는 가짜였습니다.

링크를 누르는 순간 휴대전화를 조종하는 원격제어 앱 두 개가 몰래 설치됐습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일당은 이틀 뒤 휴대전화를 먹통으로 만들고 A씨의 정기예금 계좌 3개를 해지한 뒤 20여 계좌에 나눠 빼돌렸습니다.

휴대전화에 담긴 개인정보로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도 만들고, 대포통장을 대거 동원해 추적을 피했습니다.

휴대전화가 먹통이 된 탓에 A씨는 29차례나 돈이 빠져나가는데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피해자 가족]
"휴대전화가 해킹이 된 것도 인지를 못했을 뿐더러 단순하게 휴대전화를 너무 오래 켜놔서 그런 기기상의 문제로만 알고 계셨다고."

은행 역시 밤늦게까지 돈이 수십 차례 빠져나갔는데도 확인전화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가족]
"아버지가 평생에 걸쳐서 일군 자산을 한순간에 날리게 되어 너무 망연자실해 하고 계시는데 아들 된 도리로서 지켜보기가 너무 힘듭니다."

전문가들은 출처가 불확실한 문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임종인 /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
"재난문자라든지 이런 것처럼 출처가 확실한 경우를 빼놓고는 절대 누르지 말고요. (눌렀다면) 즉시 자녀분이나 아니면 뭐 112나 118 이런 데 신고를 해야 되고."

경찰은 문자메시지를 통한 해킹 수법인 스미싱 사기로 보고 대포통장 인출책 추적 등 수사에 나섰습니다.

채널A 뉴스 김민환입니다.

영상취재 : 이호영
영상편집 : 장세례




김민환 기자 kmh@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