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겹 화폭에 담은 몽환의 시간…이기봉 개인전

  • 2년 전
두 겹 화폭에 담은 몽환의 시간…이기봉 개인전

[앵커]

안개 낀 듯한 자연을 몽상적으로 담아내는 이기봉 화백이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세계의 질서는 모호함에 있고 이를 표현하는게 작가로서의 오랜 과제였다고 하는데요.

박효정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안개가 자욱히 내려 앉은 물가.

습기를 가득 머금은 나무들은 눈으로 보는 실제 풍경만큼 다채로운 감각을 안겨줍니다.

이기봉 화백은 산 중턱의 습한 작업실에서 영감을 얻은 방식으로 20여년간 작업해왔습니다.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고, 얇은 망사를 위에 덧댄 뒤 다시 그림을 그리는데, 마치 안개 낀 자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세상은 사실 여러겹으로 돼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치 책처럼. 그러나 가장 축소된 형태로서의 두 겹, 그 사이에서 세계를 느낄 수 있는…"

또렷한 형체없이 모호한 풍경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복잡성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세계는 말이나 글로는 완벽하게 풀어내기 어렵고, 모호한 모습에 가깝다는게 화백의 예술관입니다.

"모호함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모호함 자체가 세상의 본질이기도 하고. 그것을 상당히 훌륭한 제 작품의 기본 콘텐츠로, 태도로 제작을 해나가고 있죠.

986년 미술 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이 화백은 전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열어 회화와 설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40년 가까이 작업한 끝에야 자신을 세울 여유가 생겼다는 이 화백. "사람은 누구나 각자 마음에 예술의 방을 갖고 있다"며 전시를 찾을 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 거울처럼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그 마음을 갖출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연합뉴스TV 박효정입니다. (ba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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