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기자들] "20년 넘게 싸웠는데"‥멈춰선 일제 강제동원 배상 결정

  • 2년 전
◀ 앵커 ▶

뉴스의 맥락을 꼼꼼하게 짚어드리는 시간입니다.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문제,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요.

이 문제를 집중 보도한 김상훈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지금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요?

◀ 기자 ▶

네, 강제동원 피해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전범기업 중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해달라는 소송이 대법원에 멈춰서있습니다.

먼저 준비한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2일, 6년 임기를 마친 김재형 대법관.

미쓰비시 사건을 마무리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 답이 없었습니다.

[김재형 전 대법관]
"(미쓰비시 결정 못 하고 떠나시게 됐는데 이유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 (대법관님?) …"

2018년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미쓰비시는 무시해 왔습니다.

결국,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미쓰비시의 자산을 강제매각해 달라는, 피해자 개개인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 전 대법관이 끝내 결정하지 못한 김성주 할머니 사건, 그리고 옆 재판부의 양금덕 할머니 사건, 대법원에는 두 건이 올라와 있는데, 모두 반년째 멈춰 서 있습니다.

◀ 앵커 ▶

강제동원 피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일본 기업이 무시하니까, 강제로 자산을 팔아서 배상금을 지급할지 그 판단만 남았다는 거군요.

그런데 왜 판단이 미뤄지고 있는 건가요?

◀ 기자 ▶

대법원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사건을 맡은 주심 대법관이 퇴임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조금 전 보신 김재형 전 대법관 얘긴데요.

후임자가 사건을 넘겨 받아야 하는데, 국회가 오석준 차기 대법관 후보를 40일 넘게 인준하지 않고 있습니다.

후임이 없으니 논의 자체를 못하고 있고, 다른 재판부 사건까지 멈춰선 겁니다.

◀ 앵커 ▶

대법원 입장에선 자신들의 과거 확정 판결을 그대로 이행하라는 당연한 결정처럼 보이는데, 퇴임 전에 판단을 내릴 시간이 없었나요?

◀ 기자 ▶

네, 사건이 접수된 게 지난 4월이니까,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처럼 민사 결정에 불복한 재항고 사건은 99.1%가 기각 또는 각하 처리됩니다.

사안이 간단하고 하급심 판단에 문제가 없는 사건은, 판결 이유 없이 바로 기각할 수도 있는데, 그 기한이 넉달까지입니다.

넉달 안에 쉽게 결론날 거라고 전망했지만, 대법원은 기한을 넘겼고 급기야 주심 대법관이 퇴임한 겁니다.

외부적 정치적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 7월 외교부는 "외교적 협의 중이다", 미쓰비시는 "범정부적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면서 대법원에 사실상 판단을 보류해달라고 요청을 해왔습니다.

김 전 대법관은 MBC와 통화에서 "임기 내 결정하지 않은 것은 다른 재판부의 사건까지 고려해, 대법관들이 함께 논의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논의 내용을 묻자 "말하기 어렵다"고만 했습니다.

## 광고 ##◀ 앵커 ▶

결정이 늦어질수록 피해자들의 속이 타들어갈 것 같은데요. 피해자들 상당수가 아흔을 넘겼다고 하는데,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 기자 ▶

네, 피해자들의 모습부터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지난 2009년]
"내 청춘을 돌려줘라, 이놈들아."

13살 고사리 손으로 비행기를 닦던 소녀는, 이제 94살 할머니가 됐습니다.

[양금덕/강제동원 피해자]
"지금도 이 오른 어깨를 잘 못 해요. 얼마나 그 놈을 닦아대고 그랬던지‥"

2018년 우리 대법원은 미쓰비시가 강제동원 피해를 배상하라고 확정판결했습니다.

여기까지만 19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습니다.

판결을 무시하는 미쓰비시가, 국내에 가진 상표권을 압류하는 소송에 3년, 이걸 강제매각해 배상금을 달라는 소송이 진행 중인데, 마지막 남은 대법원은 답이 없습니다.

◀ 기자 ▶

20년 넘게 싸워온 피해자들, 대부분 아흔을 넘긴 고령입니다.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 후지코시 등 전범기업 세 곳을 상대로 배상금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처음에는 수십명이 함께 법정에 섰지만, 지난달에 두 명이 눈을 감았고 이제 14명만 남은 상황입니다.

◀ 앵커 ▶

하루빨리 결정이 났으면 좋겠는데요, 언제쯤 결론이 날 수 있을까요?

◀ 기자 ▶

대법원은 "일단 새 대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