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옥에 가둔 '간첩' 누명…72살 노인 돼 벗었다

  • 3년 전
◀ 앵커 ▶

군대에서 가혹 행위를 못이겨 탈영을 했다가 간첩으로 몰려 감옥에서 20년동안 청춘을 보낸 사람이 있습니다.

70대 노인이 돼 다시 법정에선 그에게, 재심 법원이 오늘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 사연을 공윤선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1969년 5월, 24살 박상은 일병은 탄약고에 빨래를 널었다는 이유로 상관하사에게 맞았습니다.

한 시간 넘게 계속된 구타.

지속된 가혹행위에 박 일병은 부대밖으로 달아났습니다.

이후 마음을 고쳐먹고 부대로 돌아가려 했지만 이미 길을 잃은 뒤였습니다.

한참을 헤매다 다른 부대 군인들에게 발견된 그가 끌려간 곳은 보안부대였습니다.

## 광고 ##구금상태에서 무차별적 폭행과 고문이 이어졌고, 결국 그는 북한으로 도망가려했다는 거짓자백을 통해 이른바 '계획적 월북을 꾀한 간첩'이 돼버렸습니다.

군사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씨는 20년 청춘을 꼬박 감옥에서 보낸 뒤에야 가석방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얻은 두 아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어 재작년, 72살의 나이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검찰은 재심에서도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내무반에 갇혀있는 등 가혹행위가 인정되는 만큼 월북하려 했다는 박씨의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선고 순간, 통한의 눈물을 쏟아내던 박씨가 떠올린 한 사람은 '아버지'였습니다.

[박상은/74세]
"'변호사 못사주는 아버지가 너무 미안하다' 그 얘기를 하신 게 안 잊혀지고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그 마음 그것을 저는 평생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아버지가 된 박씨는 무엇보다 아들들에게 마음의 자유를 주게 된게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아들들아, 아빠가 너희들한테 할거는 했다. 모범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고맙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영상취재:김희건 / 영상편집: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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