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 남 일 같지 않다"…반복되는 '갑질'

  • 4년 전
◀ 앵커 ▶

어느 경비원의 너무도 안타까운 죽음이 산 사람들한테 남긴 숙제는 가해자의 처벌 만이 아닐 겁니다.

다시는 나 같은 일을 당하는 경비원들이 없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같은 처지를 호소하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양소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27년째 경비원으로 일 하고 있는 76살 김육종 씨.

김 씨도 3년 전 한 입주민에게 이유 없는 폭언을 들었고 경비초소에서 폭행까지 당했습니다.

[김육종(76)/경비원]
"'이 XX, 너 몇 살이야? 언제 왔어?' (묻길래) '한 1년 됐습니다'하니까, '이 자식' 하면서 느닷없이 멱살 잡듯이 책상에다 (밀쳐서) 뒤로 넘어져서 그대로…"

관리사무소장의 중재로 가해자와는 합의했지만 몇 달 뒤, 다시 폭언이 이어졌습니다.

[김육종(76)/경비원]
"이 사람이 서서 '이 XX, 아직도 안 가고 자빠졌네, 너, 이 XX, 지금 당장 모가지(해고) 시킬거야' (그러길래) 나는 또 때릴까봐 (경비실) 밖으로 나와버렸어요."

주민들의 갈등은 주로 가욋일인 택배나 주차 관리 문제 때문이라고 경비원들은 입을 모읍니다.

10년 동안 경비일을 했던 최해명 씨도 마찬가지.

[최해명(78)/전직 경비원]
"연락처 있는 거 전화해서 '차를 빨리 빼라' (하면) 욕지거리 하지. 자는데 전화했다고. '경비XX들이 뭐 어쩌고 저쩌고' 그런 식이죠."

결국 최 씨는 2년 전, 스트레스성 뇌경색으로 쓰러져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습니다.

[윤지영/변호사]
"(법적으로) 경비가 주된 업무인데요. 경비뿐만 아니라 쓰레기 분리수거, 청소, 차량 주차 문제까지 모든 민원을 다 해결하는 것으로 인식들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아파트가 경비업체와 용역 계약을 맺고 경비원들은 다시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는 이중 하청 구조라 불만을 드러내긴 어렵습니다.

[김육종(76)/경비원]
"(주민한테) 민원 들어오면 재계약 안 해주고 그냥 끝내버려요. 용역 회사에서…"

이들을 보호해줄 법적 울타리도 부실합니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와 관리자가 경비원 등에게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금지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부당한 지시인지는 나와있지 않고, 지키도록 강제하는 조항도 없습니다.

"(숨진 경비원) 보니까 설움 많이 받았더라고. 주민이 욕하고, 때리고 그랬다는 거 보니까. 진짜 남의 일 안 같아, 나도 마찬가지지…"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김태효 / 영상편집: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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