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생활 못하는 상황"…경제방역은 어디?

  • 4년 전
◀ 앵커 ▶

코로나19가 일자리를 앗아가고 생계를 위협하자 경제 활동의 방역 대책처럼 '전국민 고용 보험'이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코로나19로 위협받는 생계를 지켜내기 위한, 우리 이웃의 절박한 노동 현장을 김성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오전 11시, 집을 나선 대입 학원 강사 이필기 씨가 갑자기 뛰기 시작합니다.

[이필기]
"한 15분에서 20분 걸립니다. 네, 네.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도착한 곳은 학원이 아닌 차량 정비소.

차에 올라타 곧장 어딘가로 향합니다.

수리가 끝난 차는 차 주인에게, 중고차는 매매시장에 옮겨주는 탁송기사 일을 시작한 겁니다.

학원 강사 일은 코로나19 여파로 끊겼습니다.

"퇴직금이나 이런 건 전혀 없고 굉장히 위협적이었죠. 사람이라는 게 먹고 살아야 하는데 기본 생활을 못 하는 상황으로 가니까 죽음까지도 갈 수 있구나…"

낯선 일을 하느라 얼굴은 시커멓게 탔고,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 점심은 미숫가루 물로 때웁니다.

탁송 주문이 더 없는지 눈은 연신 추가 호출을 기다리고 있지만 번번이 놓치기 일쑤.

"나갔네? 없네? 콜이 나가버렸네. 좋다고 생각하는 건 누구든지 마음이 똑같나 봐요."

언젠가 다시 강사일을 할 수 있을까?

"(학원 강사) 뽑을 수 있는 상황 되면 연락을 좀 해줄 수 있나요? '앞으로 뽑을 계획도 지금 상태에서는 없다?' 네, 알겠습니다."

해가 저문 7시, 겨우 밥 다운 밥을 먹은 뒤 이번엔 대리운전입니다.

하지만 모임과 회식이 급격히 줄어 하루 손님 1명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음날 새벽 2시, '투잡 쓰리잡'의 하루가 겨우 끝났지만, 수중에는 세 딸들이 좋아할 간식 하나 사들고 들어갈 돈도 남지 않았습니다

"아빠도 코로나 때문에 수입이 줄어서… 좀 좋아지면 맛있는 거 또 사줄게. 뭐 먹을지 잘 생각해놔. 끊어. 또 통화해."

이 씨처럼 일이 끊어지는 순간 수입이 '제로', 절박하게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이른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전국에 250만 명.

지난 3월 한 달에만 9만3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고용보험은 먼 얘기, 퇴직금은 물론 실업급여도 한 푼 못 받았습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