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이 간다]안 보면 슬쩍…양심불량 장애인 주차
  • 4년 전


주차장에 가면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장애인 주차구역이 있지요.

100대를 세우는 주차장에 2~3대 정도를 차지하는데요.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장애인과 함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김진이 간다, 시작합니다.

[리포트]
[김진]
아파트, 백화점, 관공서 등 대부분의 시설 주차장에는 이 같은 장애인 주차구역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이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건데요. 그런데, 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비장애인들이 주차를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장애인 주차구역의 불법 이용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12년 전, 사고로 허리를 다친 최용준 씨. 하반신을 쓸 수 없어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휠체어를 세우고, 차에 타고 내리려면 운전석 옆에 넓은 공간이 있어야 하다보니 늘 출발 전에 주차장부터 확인합니다.

도착한 곳은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최용준 / 지체장애 1급]
이 시간에 왜 이렇게 지금... 와... 진짜 꽉 찼네요.

장애인 주차구역은 이미 만차 상태. 일반 구역은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최용준 / 지체장애 1급]
저기도 주차구역인데 (주차를) 못 하니까 좁아서. 여기 (주차를) 못 하는 이유가 여기에 하면 제가 왼쪽에서 못 내리잖아요. 항상 주차를 할 때 우측으로 붙어야 해요.

결국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장애인 주차구역에 빈자리가 없습니다.

[피디]
주차할 때마다 좀 힘드시겠어요?

[최용준 / 지체장애 1급]
조금 시간이 흐르면 무덤덤해지긴 합니다.

한 대형 쇼핑몰 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은 역시 만차 상태.

그런데, 멀쩡하게 쇼핑카트를 끌고 걸어온 두 사람.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된 차량에 탑승합니다. 혹시 몸이 불편하냐고 물었더니 가족 핑계를 댑니다.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차주]
아버님 차량인데요, 잠깐 와서 장보고 아버님 모시러 가는 길이에요.

장애인 주차구역은 주차 표지가 있더라도 해당 장애인이 탑승했을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차주]
원래는 (장애인이) 탑승자거나 본인이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빨리 하고 가야 한다는 생각만 했어요.

또 다른 쇼핑몰 주차장. 왜 이곳에 주차했느냐고 물으니 아이 탓을 합니다.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차주]
(주차공간이 나오길) 기다리다가 아이가 자꾸 울어서 빨리 사서 나오려고 (이곳에 주차하고) 갔다 왔거든요. 알아요, 저도. (장애인) 본인이 안 오면 주차하면 안 된다는 거.

관공서도 마찬가지. 서울의 한 구청 주차장.

이곳은 장애인 전동차 주차구역인데요, 누군가 외제차 한 대를 가로질러 세워놓았습니다.

[피디]
이 차는 장애인 주차표지도 없네

주차 표지도 없이 장애인 주차 구역을 모두 가로막은 차량.

차량 주변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차주를 만났습니다.

[피디]
여기 장애인 주차구역이잖아요?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차주]
뺄게요.

[피디]
아무리 급하셔도...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차주]
알겠습니다. 뺄게요.

운전자는 퉁명스럽게 얘기하고 자리를 뜹니다.

같은 주차장. 또 다른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세우고 있습니다. 다가가 살펴보니 역시나 장애인 주차표지는 없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변명이 돌아옵니다.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차주]
오늘 (장애인 주차구역에) 처음 주차해봤어요. (주차장이) 꽉 차가지고. 구청에서 잠깐 일 보고 온 건데.

유동인구가 많은 시설 4곳의 주차장을 각각 2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15대의 차량이 장애인 주차 구역을 불법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 주차구역을 불법 이용하다 적발되면 과태료가 10만 원. 20년째 그대로이다보니 적발 건수는 4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도 단속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구청 담당자]
저희가 장애인 주차구역이 어디에 있는지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민원이 안 들어오면 (단속을) 안 나가고 있어요.

민원을 제기하면 "자기 일도 아니면서 왜 간섭이냐", "이웃끼리 너무 한다"며 비난을 받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누가 안 보니까 괜찮겠지" 라기보다는 "잠깐이라도 안 되지"라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철저한 단속과 과태료 인상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해보입니다.

김진이 간다 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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