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실에서 같이 공부할까?"…마음 녹인 선생님

  • 4년 전
◀ 앵커 ▶

몸이 아프고 형편이 어려워 학교 생활을 힘들어 하는 제자를 위해서, 교장실에 자리를 마련해 두고, 매일 보충 수업을 해준 교장 선생님이 있습니다.

넉달이 지난 지금 학교에 가기 싫어하던 이 학생은, 자신감을 되 찾았고, 새로운 꿈도 갖게 됐다고 하는데요.

김문희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 리포트 ▶

울산의 한 초등학교.

열두 살 평강이가 친구와 재잘거리며 학교로 향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장면이지만, 이렇게 평범한 등교를 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8년전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입은 평강이는 폐렴으로 몇달씩 입원하는 등 결석이 잦았고, 집안 형편도 어려워 입학 후에만 이사를 다섯번이나 해야 했습니다.

그럴수록 친구 사귀기도, 공부 따라잡기도 힘들어, 언젠가부터 평강이에겐 학교 가는 게 고통이었습니다.

[김평강 어머니]
""엄마, 사실은 학교에 가면 숨을 못 쉬겠어요." 이런 얘기를 했어요. 제가 너무 충격을 받았고…"

결국 올들어 결석일이 40일 가까이 되면서 평강이는 유급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전학한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평강이를 혼자 두지 않았습니다.

교장실에 책걸상을 마련해 매일 1시간씩 직접 보충수업을 해줬고, 평강이가 과학쪽에 재능을 보이자 만화캐릭터를 활용해 어려운 코딩이며 3D 프린팅을 가르쳤습니다.

무엇보다 평강이에게 와닿았던 건 교장선생님의 진심이었습니다.

[전영록/울산도산초등학교 교장]
"저것을(전자 기구들) 통해서 평강이와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게 제일 큰 목적이었고, 대화를 통해서 평강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그 고민들을 내가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그렇게 넉 달이 지난 지금 평강이는 달라졌습니다.

[김평강 어머니]
"(전에는) 되게 억지로 간다는 느낌을 제가 받았습니다. (요즘에는) 아침에 너무나 잘 일어나는 겁니다. 그리고 심지어 콧노래를 부르고 학교 가는 모습을…"

자신감을 회복한 평강이는 이제 교장 선생님처럼 멋진 어른이 되어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합니다.

[김평강/울산도산초등학교 5학년]
"저는 돈 많이 모아서 아프리카나 불쌍한 나라에 기부하면서 좀 가난하더라도 열심히 사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MBC뉴스 김문희입니다.

(영상취재: 전상범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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