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현장] 200년 만에 열린 비밀의 정원…"예약 마감"
  • 5년 전

◀ 앵커 ▶

투데이현장입니다.

세월을 고스란히 품은 비밀의 정원, 우리나라 3대 정원으로 꼽히는 북한산 자락의 성락원이 200년만에 처음으로 일반에 개방됐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관심에 임시 개방 기간인 약 50일 동안의 관람 예약이 이미 마감됐다는데요

고하연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11시 투어 손님 입장하겠습니다."

굳게 잠겨 있던 철제문을 밀자 200년 동안 닫혀있던 비밀의 정원이 열립니다.

두 골짜기의 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앞뜰의 쌍류동천을 지나 수백 년 된 엄나무와 소나무가 숲을 이룬 용두가산을 즐기며 오솔길을 걷다보면 자연 연못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벽지가 나타납니다.

고드름이 매달린 집, 암벽에 새겨진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관람객을 반깁니다.

연못 중앙에 자리잡은 반구형 석조물의 용도는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있습니다.

[박중선/한국가구박물관 이사]
"(귀신을 쫓는) 벽사의 의미가 있다고도 보고 완월, 달을 즐기고 감상하는 그런 용도로 쓰였을 것이다(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아담한 단풍나무 터널을 지나 성락원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르니 조선 선비들이 연회를 즐긴 정자, 송석정을 만납니다.

북한산 구준봉에서 내려온 물길이 성락원과 처음 맞닿는 곳이기도 합니다.

[해설사]
"(물은 자연적인 물이에요?) 네, 자연적인 물이에요. 이게 성북천까지 내려가거든요."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일보일경의 황홀함을 느낄 수 있는 곳.

[장미진/관람객]
"대문 밖하고 대문 안하고 완전히 다른 세상이고요. 정말 조선시대에 내가 이런 별서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

계곡 양쪽에 지어져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이뤄낸 전남 담양의 소쇄원.

고산 윤선도가 은둔의 낙원으로 삼은 보길도 부용동.

그리고 성락원.

이번 한시 개방으로 국내 3대 전통 정원을 모두 돌아보게 됐다는 한 관람객은 이곳의 최대 매력으로 자연을 꼽았습니다.

[백용흠/관람객]
"소쇄원이나 부용동을 갔다 왔지만 꾸민 게 좀 보이는데 여기는 바위라든가, 자연 그대로를 살리면서 연못을 만들었다는 게 특이하고요."

성락원이 문을 여는 다음 달 11일까지 관람 예약은 아쉽게도 이미 마감됐습니다.

다음 임시 개방은 단풍이 빨갛게 물드는 올가을로 예정돼 있습니다.

[김지나·이효열/관람객]
"계속 전화하다가 메일을 보냈는데 어떻게 메일로 다행히 됐어요. (효녀라고 효녀. 좋은 데는 다 보여줘.)"

예약은 못했지만 가보면 어떻게 안 될까, 입구에는 이런 기대로 찾아왔다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대구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왔는데 혹시나 좀 따라 (들어)갈까 싶어가지고."

[장외순]
"그냥 가야지, 안 된다는데. 다음에 와야죠."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성락원을 복원, 정비해 일반 관람객에게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투데이현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