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내가 바로 게임 속 주인공"…현실 같은 가상 세계

  • 5년 전

◀ 앵커 ▶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렸던 모바일 국제 전시회, 한 전시장에 유난히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한 사람당 10분 정도 체험할 수 있는 홀로그램 증강현실 안경을 직접 써보려고 이렇게 기다림을 감수하고 있었는데요.

이 기기는 가상의 이미지가 사람의 움직임에 직접 반응하는 혼합 현실의 기술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기술인지, 이필희 기자가 소개합니다.

◀ 리포트 ▶

비행기 조종사 안경처럼 생긴 장비를 머리에 쓰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걸어다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팔을 뻗어 무언가를 집으려는 시늉도 합니다.

안경 속에서 보이는 건 현실과 합쳐진 가상현실.

벽이나 사람이 장애물로 인식되고 그 장애물 사이 사이에 숨어 있는 아이템을 조종장치로 획득합니다.

이 안경을 이용하면 새를 날려 돼지를 잡는 게임도 거실 위 테이블이 게임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밖에서는 허공에 대고 손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경을 쓴 사람만큼은 현실에 덧댄 가상현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신승호 매니저/이동통신사 AR·VR 개발팀]
"(가상현실은) 바깥이 보이지 않으니까 항상 착용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AR 기술같은 경우에는 언제든지 착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래의 생활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같은 모습이 가능한 건 안경의 센서가 인식한 정보를 바탕으로 방향이나 위치, 공간 등을 계산해 그에 맞는 이미지를 매순간 표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종일/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
"움직임을 알아내는 걸 트래킹이라고 하고 그림을 그려내는 걸 랜더링이라고 하는데요. 실시간으로 된다는 건 30분의 1초 이내에 그런 처리과정을 다 끝내야 한다는 얘기구요."

장비는 매년 좋아지고 있지만, 머리에 쓰기에는 여전히 무겁고 부담스러운 수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쑤시개로 뚫은 듯한 작은 구멍들이 수십개 있는 안경입니다.

안경을 들여다 봤더니 지나다니는 사람들 앞에 우주가 펼쳐지고 공 모양의 우주선은 손을 따라 움직입니다.

핀홀 원리를 이용한 AR안경인데 안경 상단에 있는 화면이 구멍에 있는 45도 각도 거울에 반사돼 눈에 비춰지는 원리입니다.

[하정훈/개발업체 기술이사]
"(구멍이) 동공보다 작기 때문에 거울에 반사된 빛만 눈으로 들어가서 반투명인 것처럼 합쳐지게 됩니다."

복잡한 장비 대신 거울을 활용하다보니 화질은 8K까지 올라갔고, 시야각도 80도까지 넓어졌습니다.

안경 정도의 크기로 상용화되면 기존 AR장비의 불편함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해 38억 달러 수준이었던 AR 시장의 규모는 2021년에는 578억달러로 15배나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실제 현실과 가상 현실을 조합하는 기술은 산업 현장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폭 넓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MBC뉴스 이필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