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공무원 '무관용'…"소극적 판단 우려"

  • 6년 전

◀ 앵커 ▶

미투 운동이 본격화된 이후 처음으로 관련 법안들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정부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 근절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여성단체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박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A소방서 소방장 B씨는 시내버스 안에서 16세 여학생을 성추행하고도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만 받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처럼 공무원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공직에서 퇴출됩니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으로 내년 4월부터 모든 유형의 성범죄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은 당연 퇴직되며, 임용 결격 기간도 3년으로 늘어납니다.

특히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는 공직 임용에서 영구적으로 배제됩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에 대해 형량과 벌금도 대폭 강화됩니다.

먼저 업무상 위계나 위력에 의한 간음죄와 추행죄의 경우 각각 7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됩니다.

정부는 이번 법 개정이 특히 공무원 성폭력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여성단체와 법조계에서는 형량을 늘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위력'에 의한 성범죄 사건은 미성년자나 장애인이 피해자인 경우를 제외하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 입건자는 지난 2016년 321명에 달했지만, 기소는 단 1명뿐이었습니다.

처벌은 고사하고 기소조차 드물다는 겁니다.

[노영희/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
"명시적인 저항이 바깥에서 볼 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위력에 의한 간음이 구체적으로 뭔지 판례나 법 개정을 통해서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여성단체에서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선고처럼 '위력'의 개념을 엄격하고 협소하게 보는 재판부가 형량이 높아지면 더 소극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형량이 많아질 경우 오히려 기소를 안 하게 되거나 피해자가 증빙해야되는 요건들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경우를 현장에서 많이 보게 되거든요."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는 위력에 의한 성범죄에 대한 해석이 지금보다 폭넓게 이뤄지는 것이 우선돼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MBC뉴스 박진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