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한 제주도 예멘 난민들 지금은 어떻게?

  • 6년 전

◀ 앵커 ▶

뜨거운 이슈의 현장을 찾아가는,'바로 간다' 코너입니다.

오늘은 제주도에서 취업 알선을 받은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얘기인데요.

고깃배를 타거나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는 등 일손이 부족한 곳에 취업이 허용됐는데 이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준범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맨 처음 찾아간 곳은 제주 서귀포의 양식장입니다.

예멘인 두 명이 광어 사료를 나르고 있는데요.

한 사람은 예멘에서 택시 기사였고, 또 한 사람은 철강 공장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3주 정도 이들을 지켜본 양식장 사장님은 뭐라고 하실까요?

[오현/양식장 사장]
"우리 노동력도 없고, 3D 업종이다 보니까요. 노동력이 없고, 겸사겸사 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뽑게 됐어요. 현재까지는 만족합니다."

이번엔 항구로 가봤습니다.

이곳 제주 한림항에서는 예멘인 100명이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고기잡이 배를 타는 일인데요.

그런데 지금은 40명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절반 넘게 떠난 겁니다.

대체 왜 이렇게 많이 떠난 걸까요?

[선주협회 관계자]
"일을 잘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분들이 절실하게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일할 곳 없나 하는…제주도는 배 타는 거 이외에는 다른 거 마땅히 없잖아요."

예멘인들 얘긴 좀 다릅니다.

평생 한 번도 안 해본 뱃일이다 보니, 멀미가 심해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고, 고통을 호소합니다.

[난민 신청 예멘인]
"대부분 육지에서 왔어요. 배 타는 일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뱃멀미에 시달리고 구토를 해요"

한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만 취업시킨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어업이나 농축산업이 아니면 예멘인이 갈 곳은 식당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식당 주인]
"(한국어로) 짧은 말은 해요. 일하고 싶다고. 그러면 노, 안 한다고. 무서워요. 나는 솔직히 말해서. 그런 사람들 들어오는 거 자체가 무섭다고."

지금 상황을 보면, 제주도에 머무는 예멘 난민 신청자 466명 가운데 228명만 일을 합니다.

한 달 전만 해도 400명 가까이 일했는데 150명 넘게 그만두거나 해고됐습니다.

[난민 신청 예멘인]
"먹고 자는 것만 하고 있어요. 일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일자리를 요청했어요."

난민을 함께 보호하자고 국제사회에 약속해, 우리나라는 이미 1990년대 초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5년 전엔 난민법도 만들었습니다.

전쟁을 피해 우리나라에 온 예멘인들의 정확한 사정을 듣고, 받아들여 보호할 의무도 갖고 있는 겁니다.

[김상훈 사무국장/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난민에 대해서 걱정을 한다면, 여러 가지 걱정이 많잖아요. 결국은 난민의 빈민화를 막아야 한다. 난민이 빈민이 되면 못할 게 없는 거죠. 먹고살기 위해서 그들이…"

예멘인에 대한 지원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찬반을 넘어 풀어야 할 과제가 됐습니다.

일거리 없어 생계가 곤란해진 예멘인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건 그 누구한테도 좋은 일이 아닐 테니까 말입니다.

바로 간다, 이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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