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시선] 줄줄 새는 혈세…빚내서 해외출장 '펑펑'

  • 6년 전

◀ 앵커 ▶

앵커의 시선입니다.

지금 보시는 영상.

일주일 남짓 남은 6.13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벽보와 현수막입니다.

이 중에서 내가 사는 곳의 조례와 예산을 정하는 기초의회, 그 중요성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요.

이 기초의원들이 우리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 알면 관심을 좀 더 갖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주 앵커의 시선에서 기초의회 업무추진비의 사적 사용 문제, 꼬집었는데요.

오늘은 기초의회 의원들의 헤픈 씀씀이, 그 행태들을 들여다볼까 합니다.

어느 정도인지, 보도로 한번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서대문구의원들은 올해 초, 6천5백만 원을 써가며 스페인에 다녀왔습니다.

후임자들이 써야 할 연수비를 임기 말에 당겨 써버리면서 외유성 연수를 다녀온 겁니다.

[서대문구의원]
"임기가 끝날 시점에 해외 연수를 가는 게 어떠냐고 의원들끼리…유명한 시설물이라든가 그런 것을 보면서. 하여튼 뭐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수원시 의회의 해외출장 보고서입니다.

'관광지'를 '필수 코스'라고 버젓이 적어 놓았습니다.

경남 남해군 의회는 인터넷 백과사전의 내용을 그대로 베끼기까지 했습니다.

시의원이나 구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기거나, 지역 주민들에게 이른바 '갑질' 행태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앵커 ▶

지방의원들의 공무 출장.

꼭 필요한 공무도 있겠지만, 외유성 시비도 단골 메뉴죠?

그럼, 돈은 얼마나 들었을까요?

중앙일보 디지털 콘텐츠 랩 팀이 정보 공개 청구 등을 통해 지방의 여러 재정 지출 현황을 분석해 봤더니 기초의원 1인당 출장비를 가장 많이 쓴 곳, 강원도 인제군 의회였습니다.

군의원 한 명당, 연간 329만 원을 썼는데 그럼, 어디를 갔을까요?

삼삼오오 다녀온 곳은 독일·오스트리아·체코 등 유럽에 일본·아랍에미레이트·호주인데요.

그런데 출장 목적은 하나같이 선진국 벤치마킹이나 우호 교류, 발전 방향 모색인데요.

기초의원 한 명 당 해외출장비 사용 TOP 10에 이름을 올린 곳 역시, 비슷한 일정이었습니다.

문제는 의원 출장에, 경비를 많이 쓴 기초의회들의 상당수가 빚더미에 앉은 기초자치단체라는 겁니다.

대부분이 재정자립도가 20% 미만 자체 수입으로, 쓰임새의 5분의 1도 감당하지 못해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처지라는 얘기입니다.

특히 전남 구례군의 경우 재정자립도 10%로, 전국 꼴찌, 강원 인제군, 경기 동두천시, 전남 영암군 등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마디로 제일 가난한 시군들이 빚을 내서, 의원들 해외출장비로 쓰는 데는 열심이었던 셈입니다.

이런 예산으로 의원들 옷값을 흥청망청 쓴다?

상상이 가십니까?

경기도 양평군 의회가 작년 한 해, 옷 사는 데 쓴 돈은 3,067만 원.

군의원 일곱 명에, 공무원 열여섯 명이 일하니까, 1인당 옷값은 133만 원입니다.

그럼, 어떤 옷을 산 걸까?

의원 따로, 공무원 따로인데요.

의원은 1인당 현장 시찰용 옷 76만 원어치에 체육대회에 입고 갈 옷과 신발도 72만 원어치를 샀고요.

의회 공무원들은 의정 자료 수집과 의원 수행, 또 체육대회용으로 1인당 125만 원어치 옷을 샀습니다.

통계청 2016년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국민 1인당, 1년에 옷과 신발을 사는 데 56만 원을 썼는데 의원들의 옷 욕심.

네, 그런데요.

이걸로 부족했는지 양평군 의회는 올해 옷 예산으로 2,700만 원을 또 편성했는데요.

의원님들 옷의 유효기간은 딱 1년이라는 얘기인지, 이 정도면 패션 모델급이란 얘기가 나올법합니다.

다른 기초의회도 별다를 게 없는데요.

울산남구의회는 785만 원, 경기도 가평군의회도 700만 원을 한 해 체육대회 옷값으로 썼습니다.

순금 배지를 가슴에 달아야 의정 활동을 더 잘하는 건지, 기초의원들의 순금 사랑도 유난합니다.

대표적인 곳은 전남 함평군의회, 4년 전, 7대 의회가 열릴 때 개당 54만 원짜리 금배지를 맞췄는데, 이번에는 개당 60만 원짜리로 만들 계획입니다.

도금 배지인 국회의원 배지가 3만 5천 원짜리인데, 함평군의원 배지값은 국회의원 배지값의 열 7배나 되는 거죠.

기초의원들의 금배지 사랑 전국적인 현상인데요.

2016년 행자부 조사에 따르면 경북 청송군, 의성군, 청도군, 전남 구례군, 진도군 등 17개 기초 의원들이 도금이 아닌 '진짜 금배지'를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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