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시선] 아빠와 아기, '쓸쓸한 죽음'

  • 6년 전

◀ 앵커 ▶

네, 이번엔 앵커의 시선입니다.

스물여덟 아빠와 생후 16개월 된 아들이 일곱 평 남짓한 원룸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들이 발견된 건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날이었습니다.

아이는 병으로 숨진 아빠 곁에서 야위고 깡마른 채로 있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벼랑 끝 삶을 보여준 사건, 가정의 달을 무색케 하는 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앵커의 시선에서 다뤄보겠습니다.

먼저, 사건 발생 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경북 구미의 한 원룸에서 28살 A씨와 생후 16개월 된 A씨의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3일 오후 2시쯤입니다.

몇 달째 밀린 월세를 받으러 온 원룸 관리자가 신고했는데, 경찰이 처음 확인한 이들 부자의 모습은 매우 야윈 상태였습니다.

1차 부검 결과, A씨는 혈전 증세가 확인됐고 숨진 아들도 폐렴을 앓고 있었던 걸로 추정됐습니다.

2년 전 설비업체에서 일했던 A씨는 최근 특별한 직업이 없어 극심한 생활고를 겪어 왔습니다.

하지만, 주소지가 구미에 등록돼있지 않아 복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A씨는 사실혼 관계였던 아내와 수개월째 연락이 없었고, 부모나 이웃과도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살던 원룸의 월세와 도시가스 요금 두 달치가 밀리자 원룸 관리업체 직원이 찾아갔고, 이상한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초인종을 눌러도 답이 없어 사다리를 타고 창문으로 들어갔는데, 아빠와 아이는 방 안에 반듯이 누운 채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었고요.

숨진 지는 1주일 정도 된 걸로 보이는데, 경찰의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경찰 관계자]
"폐동맥에 아버지는 혈전이 발견됐습니다. 핏덩이가 있는 건데, 사람이 많이 안 움직이고 오랫동안 누워 있다면 피가 펌프질 돼서 돌고 돌아야 하는데 한쪽에 눌려서 못 돌리니까 가라앉는 형태인 것 같아요."

경찰의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은 없었습니다.

문도 안에서 잠겨져 있었고요.

경찰은 두 부자가 영양 섭취를 못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던 걸로 봤습니다.

부엌 싱크대와 가스레인지에도 음식을 조리한 흔적이 전혀 없는데다, 위에서는 액체 상태의 음식물만 극히 소량 발견됐을 뿐입니다.

이들이 살던 7평 방.

장기간 집을 드나든 흔적은 없었고, 이웃도 한동안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외로운 죽음, 이른바 '고독사'인 겁니다.

제작진이 경찰과 이웃을 취재해본 것을 토대로 생전 두 부자의 처지를 되짚어보면 이렇습니다.

대구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아빠는 2년 전, 구미로 이사했는데요.

무슨 영문인지, 대구에 등록돼 있던 주민등록을 구미로 옮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 대구에 가족과 함께 묶여있던 아빠의 주민등록을 지웠고요.

이렇게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황이었습니다.

집에서도, 병원에서도, 아기를 낳았다는 어떠한 기록이 없었는데, 출생 신고가 없었으니 보건소 신생아 전산망에도 아이의 출생 기록은 전무했죠.

이 두 부자는 사실 '투명인간'이었던 셈입니다.

3년 전부터 숨진 아빠와 동거를 한 아기 엄마는 몇 달 전 집을 나갔고 그때부터 아빠가 혼자 아이를 키웠다고 합니다.

사고 직후 가족을 만난 경찰 관계자의 말입니다.

[경찰 관계자]
"가족은 있어요. 현장에 와서 진술하고 갔습니다. 엄마, 아버지가 있어요. 오랫동안 서로 사는 모습에 대해 소원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서로 연락을 안 하고 사는 모습에 대해 잘 모르고 지냈다고 하네요.(아기 엄마는) 연락을 해서 지인을 통해 연락을 했어요. 지인하고 연락이 됐는데 그 이후에, 통신수단이 두절됐어요. 만나기를 기피하고 있고 연락을 끊었고 행방불명된 상태입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20대 아빠.

출생 신고도 못한 채 쓸쓸히 하늘로 떠난 아이.

두 부자는 사실, 국가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은 국민이었습니다.

구미시는 지난달, 80세 이상 노인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다지만, 생계가 힘든 이 젊은 가정의 실태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아쉬움이 남는데요.

이처럼, 외롭고 쓸쓸하게 숨지고, 또 뒤늦게 발견되는 고독사의 실태, 관련 리포트로 보시겠습니다.

(그런데) 고독사는 독거노인들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아무도 개미 한 마리도 오는 사람이 없어. (아예 보신 적이 없어요?) 나는 본 적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