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단독]피해자가 피의자로…‘성희롱 사건’ 조작한 국립대

  • 8년 전
영남지역의 한 국립대 교수가 한국에 온 유학생을 성희롱을 한 혐의로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학교 진상조사위원회가 이 교수가 마치 자백한 것처럼 회의록을 작성한 것이 뒤늦게 발견됐습니다.

배영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5년 1월, 모 국립대 성폭력상담소에 성희롱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지도교수가 숙소에서 중국인 여자 유학생을 껴안았다는 것.

학교 측은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성희롱이 있었다고 결롯짓고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박종철 / 정직 처분 교수]
"제가 이런 일을 했다면 모르겠는데 반성을 해야겠지만요. 하지도 않은 일을…"

박 교수는 징계 취소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에서 패소했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 회의록이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을 앞두고 공개된 회의록 곳곳이 조작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박 교수에게 유리한 증인의 증언이 빠져 있었던 것.

[동료 학생(증인)]
“저하고 친한 지인을 통해 말을 좀 바꿀 수 있게끔 설득을 해봐라 이런 부탁을 (학교 측에서) 많이 받았습니다.“

또 다른 동석자는 성희롱은 없었을 것이라고 증언했지만 역시 회의록에선 빠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를 '피의자'로 기록해 마치 박 교수가 혐의를 자백한 것처럼 돼있다는 점.

아예 성희롱이 있었던 것처럼 미리 결론짓기도 하고,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여자를 부른 것 자체가 성희롱이라는 것을 결정하고 합시다.“

통역을 반대로 하기도 했습니다.

[동료 중국인 유학생(증인)]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요.“

이렇게 피의자와 피해자가 뒤바뀔 정도로 허술했지만 학교 측은 조작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학교 측 관계자]
“네 사람이 술을 먹다가 (성희롱)을 했는데, 못 봤겠습니까. 지도 교수님이니까 이야기를 못 한 거라고 판단했겠죠."

박 교수는 학교를 공문서 위조혐의로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박종철 / 정직 처분 교수]
“상벌란에 성희롱 3개월이 붙어있습니다. 그럼 면접도 볼 수 없습니다. 교수로서는 사형선고하고 똑같습니다.“

일부 교수들은 학교 측이 심각한 인권침해를 했다며 진상조사와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로 했습니다.

채널A뉴스 배영진입니다.

배영진 기자 ican@donga.com
영상취재 : 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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