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1년

  • 7개월 전
"계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1년

[앵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 갑니다.

서울 시내 은행나무도 옷을 갈아입고 겨울의 초입을 알립니다.

1년 전 좁은 골목길에서 159명의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 보내야 했던 유족들의 시간은 아직도 10월 29일에 멈춰 있습니다.

유족들이 바라는 세상은 아직입니다.

사무치는 그리움 속에 1년의 시간을 보낸 유족들을 나경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그저 길을 걷다 그날, 그곳에서 별이 되어버린 159명의 참사 희생자들.

2022년 10월 29일, 부모들의 세상은 뒤흔들렸습니다.

"엄마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 이웃에 살면 어떻겠냐."

그날 아들 임종원씨를 잃은 임익철씨.

참사 이후, 둘째 아들이 있는 지역으로 집을 옮겼습니다.

둘째네 손주의 손을 꼭 잡고 학교로 배웅하는 일, 임씨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묵념."

아버지는 다시 유가족이 됩니다.

용산, 국회, 서울광장 분향소를 오가는 길은 슬프게도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거리로 나온 아버지, 존재만으로 든든했던 아들을 한시도 잊을 수 없습니다.

"종원이가 좋아하던 음식을 먹을 때 제일 생각이 나죠. 그리고 생일이나."

이런 기억의 힘으로 아버지는 오늘도 바쁘게 움직입니다.

"안녕하세요. 이태원참사 유가족인데요."

국회 문을 다시 두드립니다.

유족들은 298개의 국회의원실을 모두 돌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 초청장을 직접 전달했습니다.

벌써 1년.

누구보다 거리에 오래 있었지만,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몰랐습니다.

"예전 같으면 주변에 꽃도 바라보고 하늘도 쳐다보고 단풍도 보고, 또 여행도 가고 좀 느끼면서 살았을 것 같은데 지금은 모든 게 변화가 없이 하루하루가 지난 것 같아요."

큰 아들 최재혁씨를 떠나보낸 어머니 김현숙씨.

친정이 있는 광주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잠시 머무르는 곳엔 아들 사진만 가득합니다.

여행업을 하는 김씨는 참사 이후 만나는 사람이 크게 줄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무심코 던진 말이 너무나도 아프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축제가 아닌데 왜 나갔느냐, 놀려고 나갔다가 죽은 걸 왜 국가에다 책임을 지라고 하느냐 니네들이 이상하다, 이런 얘기를 많이들 해요."

아들이 근무했던 서울 마포구, 어머니는 찬 강바람에도 그곳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일을 핑계로 만난 30년지기 친구가 곁을 지켜줍니다.

"누구에게라도 에너지를 넣어주는 친구였는데 너무 망가져있더라고요. 니 잘못이 아니야, 너도 피해자인데 왜 그렇게 하고 있어."

응원에 다시 힘을 내보지만, 슬픈 마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 시절로 다시 한 번 돌아갔으면 내 아이를 다시 만져볼 수 있고 숨결도 느껴볼 수 있을 텐데."

내 자랑인 아들이 공부했던 고등학교를 한 번씩 걸어봅니다.

"모든 건 그대로인데 우리 아이만 없네요. 건물도, 나무도, 선생님들도 다 계시는데."

아직 바뀐 게 없는 1년, 그래서 유가족들은 멈출 수 없습니다.

"철저하게 밝혀져야 또 책임을 져야 정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는구나.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자들도 각성하고."

"예쁜 아이들이 자라서 큰 재목들이 돼야 하는데 다시는 거듭 얘기하지만 다시는 이런 젊은이들이 그런 어려움 속에 빠지지 않도록."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 1년 전 시민들의 약속이었습니다.

유족들은 이 마음을 작은 불씨라고 표현합니다. 이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하는 일, 우리 사회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연합뉴스TV 나경렬입니다. inten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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